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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절 43일/거리두기
“롯이 아브람을 떠나간 뒤에,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너 있는 곳에서 눈을 크게 뜨고, 북쪽과 남쪽, 동쪽과 서쪽을 보아라(창세기 13:14).”
일상에서 만나는 것을 통해서 신앙의 신비를 발견하는 일은 소중하다.
일상에서 신비를 발견하려면 몸담고 사는 세상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지근거리 세상에 마음을 빼앗기고 살아가면 영적인 눈이 둔감해진다.
그래서 세상에 살지만,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자연의 품에 안기는 행위는,
모두 세상과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해 영성을 깨우쳐가는 방법이다.
거리두기를 통해서 영적인 감수성을 지킬 수 있고 깊은 영성을 간직할 수 있다.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은 세상과 거리두기에 좋은 방편이다.
자연에 나가 아름다운 풍광을 보노라면,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낭만적인 생각은 그 안에 들어있는 아픔을 보지 못한 까닭이다.
정작,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많은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속내를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에 혹하게 되는 까닭은,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심에 기인한다.
이런 한계성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곁에 둔다고 할지라도 이내 허탈해지기 마련이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봐야 내내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화랑(畫廊)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에도 가장 적당한 거리가 있듯이,
적당한 거리는 너와 나의 경계를 존중하고 지켜가는 방편이기도 한 것이다.
사스, 메르스, 지구온난화, 코로나 19…….
모두가 인간의 동물학대와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결국 적당한 거리두기를 상실한 결과이기도 하다.
생태계 파괴를 멈추는 행동은,
동물과 자연과 인간간의 적당한 거리 두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친밀감을 유지하려면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동서남북을 모두 바라보려면, 거리를 두고 먼 곳에서 바라봐야만 한다.
어느 지점에 갇혀버리면, 너무 가까이 있으면 사방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기도
주님, 이웃과 넘지 말아야할 선들이 있음을 기억하며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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