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1
대림 3주(토)
밀알의 믿음(죽음)
요한복음 12:24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개역개정)
요한복음 12장 24절 전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새번역) 여기에는 하나의 밀알이 열매를 맺기까지 거쳐야 하는 수많은 과정이 모두 생략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밀알은 땅에 제대로 심어져야 할 것이며, 땅은 씨앗을 품을 충분한 양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거기에 바람과 물과 햇빛과 농부의 노동이 조화롭게 씨앗을 돌보아 주어야만 씨앗은 자신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 변화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에서는 그 많은 과정들이 ‘죽으면’이라는 비장한 한 단어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밀알이 거쳐야 하는 시간들이 은총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하더라도, 밀알은 현재 상태의 종료, 죽음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 통과 의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로 나아간다는 측면에서 두려움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요한복음은 두려운 밀알에게 말합니다. ‘한 알 그대로’ 있지 않고 열매를 ‘많이’ 맺는다고 말입니다. 그리스어 본문에는 ‘μσνοζ’(monos)와 ‘πολυν’(polyn)으로 그 대조를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예수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에 이 새로운 탄생이 감수한 두려움을 묵상합니다. 새로운 시작에 저항하는 두려움, 그 두려움으로 인한 희생, 그리고 ‘한 알 그대로’ 있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밀알의 두려움…. 많은 열매들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때에 오롯이 두려움을 마주했을 밀알의 믿음을 묵상합니다.
● 묵상을 위한 질문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죽음’(두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기억하고 묵상합니다.
● 한줄기도
주님, 죽음 가운데 임하시는 하나님을 믿음으로 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김선정 (연세대 교수)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2019년 대림절에 오신 주님과 더불어 오실 <주님의 눈으로 자연을 보는 말씀묵상>을 합니다. 이를 위해 도서출판 동연을 통해 20여 명의 묵상글을 담은 묵상집도 발행했습니다. 넉넉히 발행하지 못해 서점 이외에는 남지 않아 함께 묵상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하루 전 묵상글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묵상을 통해 주님께서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기를 원하시는지 살피고,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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