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보다 종이봉투가 선한가?
요즘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일이 단순히 보기 좋지 않은 것을 넘어 악한 행동으로까지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삶에서는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쓰이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비닐봉투의 사용을 금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캠페인으로만이 아니라 법으로 그 사용을 금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지난 5월 뉴욕에서는 모든 일회용봉투에 5센트의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메사추세츠 주에서는 소매점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하고 재생종이와 재활용 봉투에도 10센트의 비용을 물리는 조례를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캘리포니아 주가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하던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기 시작한 것은 일찍이 아일랜드에서였습니다. 아일랜드는 2002년 처음으로 일회용 비닐봉투에 세금을 부과하였는데, 그로 인해 배출량이 거의 90%까지 줄었습니다.
일회용 비닐봉투가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라 불릴 만큼 환경오염의 고질적 원인 중 하나라 보기 때문입니다. 잘 썩지 않고, 소각하면 유해물질이 배출되는데다가 함부로 버리면 해변과 바다를 떠돌며 큰 해악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하는 것입니다. 금지 법안까지 마련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비닐봉투 사용이 완전히 금해질 수 있을까요? 그럴 순 없을 것입니다. 물건을 사 가려면 어쨌든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고, 비닐봉투를 대신할 ‘환경적으로 선한 것이 무엇이냐’가 문제일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는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 혹은 재사용 가능 봉투를 선택하였습니다. 그것은 환경적으로 선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봉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만든다고 합니다. 종이가 더 무겁기에 봉투를 만들 때 드는 에너지가 더 많고, 운반도 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닐봉투만이 아니라 모든 일회용봉투의 사용을 막는 것이 맞습니다. 일부에서는 재사용 가능한 가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면으로 된 가방도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1파운드의 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5000 갤런의 물이 필요하고, 면은 종이와 달리 재활용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비닐봉투는 최소 12번 이상, 면으로 된 장바구니는 최소 132번 이상, 종이봉투는 최소 4회 이상 써야 일회용비닐봉투보다 지구온난화를 박는데 도움인 된다는 지적입니다.
그러고 보면 최선은 일회용 봉투에 비용을 부과하면서 동시에 재사용 가능한 가방을 튼튼하게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마저도 새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가정에 숨어있는(?) 장바구니를 꺼내 자신도 쓰고 주변의 이웃에게도 나눠주어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것이 자원의 낭비를 막고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는 최선의 길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본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게 하는' 순환사회였습니다. 우리의 몸이 그렇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생명은 그 안에서 순환하는 삶을 살아 왔습니다. ‘필요’를 넘어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워서’ 또는 그렇게 보이게 하려고 불필요하게 포장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내놓은 폐기물이, 공기와 물, 흙을 오염시켜 그 순환을 막기까지는 말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숙제는 ‘우리가 얼마나 환경적으로 늘 깨어 있을 수 있느냐’ 란 생각이 듭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장 8절) 주께서 선한 것을 보이실 것이니, 일상에 늘 깨어있되, 꼭 필요한 물건을 넘어서는 것들, 봉투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순환하는 사회로 돌아가는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자연과 거리가 먼 핵폐기물과 같은 유독성 물질을 우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기는 하나 그것은 단계적으로 할 일이고, 지금 당장은 필요를 넘어서게 하는 ‘일회용’ 봉투를 내려놓는 것으로 선한 일을 시작해 봐도 좋을 것입니다. 필요한 물건을 일회용이 아닌 오래 쓸 수 있는 가방에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하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자의 낭비가 적어지면 폐기물 양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그만큼 유익한 자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 순환의 경제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일회용 봉투를 멀리함으로, 창조의 ‘흙’ 안에서 아름답게 순환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길 기도드립니다.(2016년 8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 글 /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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