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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절 15일/숲
“임이여, 가요. 우리 함께 들로 나가요. 나무 숲 속에서 함께 밤을 보내요(아가 7:11).”
숲은 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숲의 기반은 흙이요, 흙의 옷인 지의류 이끼들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공중을 나는 새와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수많은 짐승들과 작은 풀꽃들이 어우러져 숲이다.
그럼에도 숲의 주인공은 나무다.
나무가 있으므로 숲은 ‘땅의 허파’가 된다.
산소를 내뿜고, 흙을 만들고, 습기를 흡수하고, 햇빛을 바이오매스로 변화시킨다.
흙은 숲의 소화기관이다.
신성한 삶을 마감하고 쓰러진 고목과 들짐승 산짐승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소화를 시켜 숲의 기반인 흙을 만든다.
숲은 곧은 나무, 잘 생긴 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굽은 나무, 못생긴 나무가 공존함으로 숲을 이룬다.
건강한 숲의 가장자리는 나무라기보다는 가지가 작고 촘촘한 잡목들과
가시 성성한 것들이 울타리 역할을 한다.
그들은 외부의 침입도 막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로 흙의 유실을 막는 것이다.
숲의 파수꾼은 잘생긴 나무, 곧은 나무가 아니라
굽고, 못생긴 소위 말하는 ‘잡목’이니 우리는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다.
아니, 세상이 숲의 축소판이다.
문명제국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 숲을 보라.
흙의 유실이 일어나고, 흙의 유실로 사막화되고,
더는 생명을 품지 못하는 죽음의 땅이 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가 자랑하는 제국의 문명이다.
바람은 숲의 숨이요, 음악이다.
바람이 불어오면 나뭇잎들과 나뭇가지들이 노래하며 춤추고,
고향 흙으로 돌아갈 나뭇가지와 나무들을 흙으로 돌려보내 안식하게 한다.
숲 사이 불어오는 바람은 영면(永眠)의 노래다.
땅의 허파요, 소화기관이요, 숨이요, 음악실인 숲,
사랑하는 이와 함께 달려가고 싶은 숲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음에 감사하라.
기도
주님, 우리 곁에 있는 숲을 생명의 숲으로 가꿔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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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숲 #창조절묵상(글사진,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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