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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절 13일/ 먹감나무
“현재 우리가 겪는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합니다(로마서 8:18).”
감나무는 유난히 잘 부러진다.
그래서 감을 딸 때는 높이 올라가지 않고,
굵은 줄기까지만 올라가 긴 장대를 이용하여 감이 열린 가지를 꺾는다.
비바람에 나뭇가지가 꺾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일 년에 한 번씩 감나무는 홍역을 치른다.
그런데 이렇게 가지가 꺾이며 입은 상처사이로 빗물이 스민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감나무 심재에 먹물처럼 검게 뭉친 기하학적인 무늬가 만들어진다.
이것을 ‘먹감나무 무늬’라고 한다.
오래된 나무의 심재 부분은 먹물처럼 새까맣거나 연한 고동색이며,
변재부분은 하얗고 옅어서 횡으로 나무를 자르면 색의 대비가 선명하고 아름답다.
먹감나무 무늬는 지금도 귀하게 여겨져 다양한 목공예 재료로 쓰인다.
감나무 가지는 잘 부러지지만, 먹감나무 정도가 되면 매우 단단해 진다.
활엽수 중에서 가구나 세공품을 만드는 최상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먹감나무로 만든 장, 문갑 등은 유달리 귀한 대접을 받는다.
왜냐하면, 감나무가 가지가 부러지는 등 위와 같은 과정을 겪고 빗물이 스민다 해도
20%정도의 나무에서만 먹감나무 무늬가 생기기 때문이다.
모든 꽃이 흔들리며 피어나듯, 상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없다.
그러나 상처로 빗물이 스며든다고 모두 먹감나무 무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20% 정도만 아름다운 무늬를 간직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상처를 입고 살아가지만,
누구나 무늬를 만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처를 무늬로 만드는 것, 이것이 믿음이 아닌가?
피할 수 없이 감내해야만 하는 고난이 있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오히려 당당하게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 고난을 대하는 자세다.
그래야, 저만의 삶의 무늬가 생긴다.
멋진 삶의 무늬를 생각하면,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다.
기도
주님, 고난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삶의 무늬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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