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을 따라 살림 식구들과 함께 했던 1박 2일은 자연의 거대한 생명력과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삶을 함께 만난 여정이었다. 먼저 정령치에 올라 바라본 지리산 본령은 그야말로 장엄했다. 멀리 펼쳐진 서북능선과 주능선, 고리봉과 만복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흐름은 한눈에 들어왔고, 과거 도로 개설로 끊어졌던 생태축이 다시 숲으로 이어진 정령치의 풍경은 자연과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는지를 말없이 들려주고 있었다.
정령치와 구룡폭포... 그리고 달궁과 뱀사골 계곡을 흐르던 맑은 물, 갈계교회가 자리한 아영 들녘을 가득 메운 여름은 분주했던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혀 주었다. 아영 분지와 가야 고분군, 천년의 시간을 품은 함양 상림을 잠시 거닐며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움을 넘어,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했다. 멀리서 바라본 지리산의 능선처럼, 우리의 삶 또한 눈앞의 일만이 아니라 숲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모임의 길잡이가 되어 준 갈계교회 강기원 목사님은 지리산과 마을을 깊이 읽어낸 분이다. 목사님은 풍경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의 기억, 산 이름 하나와 바위 하나에도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오랜 세월 기록을 남기고, 주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사과나무와 청국장에 정성과 신뢰를 담아 도시와 농촌을 이어온 시간들이 그 이야기 속에 배어 있었다. 대도시와 중앙으로만 시선이 쏠리는 시대에 작은 공동체와 땅을 지키며, 다정한 환대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삶이야말로 목사님이 교회와 마을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복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동안 온 마음을 다해 길을 안내해 주신 강기원 목사님과 사모님의 따뜻한 환대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두 분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살림'이 걸어가야 할 길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리산의 생명력이 작은 마을의 일상 속에 이어지고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꾸준히 기록하고 나누는 사랑... 고마운 마음과, 비록 뜨거웠지만 맑았던 숨결을 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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