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2
대림 2주(목)
나귀
마태복음 21:5 그 분은 겸손하시어 암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공동번역)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장면입니다. 종려주일과 고난주간의 첫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과 그 일행을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을 주로 떠올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대체로 관심을 덜 기울이는 예수님이 타고 오신 나귀에 초점을 맞추어보려 합니다.
가만히 묵상해보면 예수님, 겸손, 나귀가 함께 묶여져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오는 모습이 예수님의 겸비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승리 후 입성하는 개선장군처럼 예수님을 환영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예수님은 크고 잘생긴 말이 아니라 평범한 나귀를 선택하셨습니다. 또, 당시에 유대인들이 험한 지형을 다닐 때 노새와 나귀를 많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귀족들이 주로 타던 노새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타던 나귀를 선택하신 겁니다. 이는 가난하고 힘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오 셨다는 진리를 드러내줍니다.
한편, 예수님께서 예수님을 정치적 메시아로 바라보고 그를 환영했던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예수님은 예루살렘 입성 후 일주일도 안 되어 십자가 처형이라는 고난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래서 나귀는 평범한 자들의 고난을 상징하는 동물이 됩니다. 이러한 상징은 어린 나귀를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 라는 표현에 의해 재확인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멍에 메는 나귀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상징으로만 이해되지 않는 것 같습 니다. 오히려, 나귀는 인간으로부터 고통받는 동물들을 대변합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멍에를 지고 노동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동물의 멍에는 더욱 전문화되고 그들의 고통은 더욱 강렬해졌습니다. 공장식 축산 및 음식 산업시스템, 무분별한 동물실험들 속에서 수많은 동물들은 기계 부품으로 취급되고 최소한의 삶의 조건은 커녕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희생당합니다.
이제 인간문명은 지구의 기후 전체를 바꾸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오를 때마다 생물의 대량 멸종이 예상된다는 뉴스가 계속 나옵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연약하고 고통받는 존재는 겸손한 나귀로 상징되는 동물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인간들이 하나님께서 동일하게 사랑하는 다른 피조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는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하지만 우리는 이 대림절 기간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며 소망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멍에뿐만 아니라 나귀와 같은 동물들의 멍에를 짊어지시기 위해 성육신하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모든 피조물이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날을 희망합니다!
● 묵상을 위한 질문
1. 현대시대에 인간 외 피조물들에게 주어진 멍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2.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고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 한줄기도
생명의 주님,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이 땅의 모든 피조물들에게 허락하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들의 편안함과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생명들의 행복과 자유 그리고 그들의 생명까지도 빼앗고 있는 죄악의 현실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옵소서.
- 이성호 (명지대 교수)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2019년 대림절에 오신 주님과 더불어 오실 <주님의 눈으로 자연을 보는 말씀묵상>을 합니다. 이를 위해 도서출판 동연을 통해 20여 명의 묵상글을 담은 묵상집도 발행했습니다. 넉넉히 발행하지 못해 서점 이외에는 남지 않아 함께 묵상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하루 전 묵상글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묵상을 통해 주님께서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기를 원하시는지 살피고,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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