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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절 27일/낙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것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마태복음 27:46).
동백(冬柏)은 남도에서는 1월,
말 그대로 매서운 겨울을 벗하여 피어나는 꽃이다.
피어있는 꽃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본다.
더군다나 한겨울에 피어난 꽃이라면 더욱 더,
하얀 눈을 살포시 이고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군들 감탄하지 않겠는가?
꽃은 어느 날 피어나지만,
며칠만의 수고로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계(四季)의 모든 흔적들을 제 몸에 새기고 나서야 꽃 한 송이 핀다.
동백의 꽃 몽우리는 모든 꽃이 낙화하고 나면,
새순을 내는 4월 초부터 맺히기 시작한다.
새순과 함께 꽃 몽우리가 만들어지고,
꽃 몽우리는
뜨거운 여름과 가을, 겨울을 보낸 후에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렇게 피었건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낙화하는 꽃,
그리하여 나뭇가지에 피어있는 꽃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꽃,
그 동백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닮았다.
가장 아름다운 청년의 때에,
기꺼이 아버지의 뜻에 순종함으로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
그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외쳤을까?
그러나 그리하여 다 이루었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던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비추었다.
동백, 예수.
사계(四季)를 몸에 새긴 동백,
화육(化肉)함으로 인간의 생사고락을 몸에 새긴 예수는 희망의 꽃이다.
기도
주님,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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