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살림 2026년 총회를 마치고, 오늘은 약속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회의도, 기획도, 정리도 내려놓고.
살림 코디들이 함께 종일 ‘쉼’을 누리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전시.
죽은 식물의 몸으로 종이를 만들고, 양파 껍질이 삶과 죽음의 시간을 품고, 물억새와 밀랍과 미생물이 조용히 호흡하던 공간. 썩어가는 것, 발효되는 것, 사라지면서 남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삭는다’는 말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을까.
남기기보다 흘려보내는 것.
소유하기보다 돌보는 것.
고정하기보다 순환시키는 것.
전시를 천천히 걸으며, 어제 총회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겹쳐 떠올랐다.
5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우리가 하려는 일은 거창한 확장이 아니라 잘 삭아가는 공동체가 되는 일 아닐까.
씨앗처럼, 발효처럼, 천천히 그러나 깊게.
전시를 보고 나와 맛난 커리스프를 나눴다.
몸이 풀리고, 마음이 풀리고, 말이 풀렸다.
그리고 오후 내내 탱스 오트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총회 후의 안도, 서로에 대한 고마움, 조금의 피로, 그리고 다시 시작될 시간에 대한 기대.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멍하니 창밖을 보고, 누군가는 내년 계획을 슬쩍 꺼냈다가 다시 넣고.
오늘만큼은 ‘하지 않음’을 허락한 하루였다.
삭는 미술을 보고, 발효를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고, 카페에서 오래 머문 하루.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살림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관계가 먼저이고, 호흡이 먼저이고, 시간과 함께 가는 일.
오늘은 쉬었으니,
내일부터 진짜 2026년의 살림을 시작한다.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함께 삭아가며, 함께 자라며.




















'자유로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기비] 2026 탈핵주일 연합예배 및 걷기기도회 (0) | 2026.03.03 |
|---|---|
| "함께 만든 전환, 더 큰 변화를 향해 - 기후시민 네트워킹데이 참가하고 나서 (0) | 2026.01.11 |
| 환경선교사 수료생이 드리는 기도입니다 (0) | 2025.12.19 |
| 녹색은총 가득한 "복된" 한가위 보내세요!!! (0) | 2025.10.02 |
| 2025 기후정의행진이 내일 있습니다. (0) | 2025.09.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