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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야기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우러러

by 살림(교육센터) 2018. 2. 9.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우러러

입춘, 봄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사순절 순례의 길을 걷습니다. 아직 ‘봄’은 절기상으로만 이고 여전히 춥지만 그저 ‘봄’이란 말만 들어도 따스합니다. 다만 그저 기뻐할 수 없는 건 고농도 미세먼지 걱정 때문입니다.
지난 몇 차례의 미세먼지경보를 통해 국내 요인이 주요한 기여요인임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대선공약을 지키며 미세먼지관리특별기구를 설치하고,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 발전소의 일시 셧다운(정지)제를 도입하고,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려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서울시는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심각한 경우 발령되는 ‘수도권비상저감조치’와 달리 서울의 상황만으로도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내려 시 산하 행정, 공공 주차장을 전면 폐쇄하고(예외 적용)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이용과 함께 시민참여형 차량2부제를 실시하였습니다. 사흘 만에 150억 원을 쓰고도 교통량은커녕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도 있지만, 미세먼지 경보가 ‘일종의 긴급재난 사태’과 같아 불확실한 가운데 취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분도 있습니다. 과거 유사조치를 취했을 때 시내 교통량이 22% 준 적이 있다는 걸 보면 환경부가 더 적극적이고 긴급한 조치를 강구하고, 서울과 인천, 경기도가 시급히 공조방안을 찾아야 하지 싶습니다.
우리는 잠시도 숨을 멈추고 살 수 없습니다.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길을 걷는 중에도 우리는 계속 숨을 쉴 것입니다. 하루 2만6천 번이나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못 쉬면 죽음에 이를 것이고, 잘못 호흡하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것입니다. 하늘의 공기가 1급 발암물질(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3년 지정)인 초미세먼지로 오염되어 있으니, 안 마실 수도 없습니다. 지름 2.5㎛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도 안 돼 호흡기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 등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또 혈관으로까지 들어갈 것입니다. 그것이 혈액의 점성을 높여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것입니다. 게다가 이제 봄바람과 함께 황토먼지가 날아오면 중금속과 황산염이 더하여질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노약자와 호흡기질환자는 물론 정상적인 사람도 호흡이 곤란해지고 목이 아플 수밖에 없을 텐데 말입니다.
급한 마음에 불편함과 아픔을 그대로 품은 채, 온 몸으로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주님을 바라봅니다. “우리 하나님이여 저희를 징벌하지 아니하시나이까. 우리를 치러 오는 이 큰 무리를 우리가 대적할 능력이 없고 어떻게 할 줄도 알지 못하옵고 오직 주만 바라보나이다.” (대하 20:12)
우선은 숨 쉬기 곤란한 봄에 걷는 사순절 40일 길이니, 날마다 하늘을 바라보고 또 ‘우리동네대기질’ 앱을 통해 공기의 질을 체크하면서 우리가 만들어낸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연 하늘 너머의 푸른 하늘을 그리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조금 불편하게 살면 그 동안 우리가 자연과 이웃과 후손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고, 또 모두가 골고루 제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를 쓰는 것만 아니라, 무료화와 상관없이 앞장서 대중교통 이용은 물론 차량2부제에 참여해봐도 좋을 것입니다. 친환경보일러로의 교체는 물론 미세먼지 취약층을 살피는 일도 앞장서게 될 것입니다.
봄은 보는 계절이라는데, 풍요와 편리만을 좇아온 우리의 삶의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대로 살아서는 더 이상 삶이 풍요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우리가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둘러보고, 사용하지 않는 전등이나 가전제품이 켜 있다면 재빨리 끌 일입니다. 베란다나 지붕에 (미니)태양광발전을 시도하고, LED조명 등 고효율 전구로의 교체를 하는 것도 멋진 일일 것입니다. 몇 번의 ‘무료 운임 금요일' 이벤트로 대중교통 승객을 늘려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역 상권도 활성화시켰다는 도시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가능하도록 앞장서 교우들과 더불어 ‘차 없는 주일’을 지키고 평일에도 ‘대중교통의 날’을 제정해 실천한다면 주님이 참 기뻐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날마다 사순절기의 하늘을 우러러 만물의 화해자로 오신 주님을 바라보면서, 모두가 골고루 제 숨을 쉬게 할 그 날을 위해 함께 기도하기를 청합니다.(기독교신문 2018. 2.6 기고글)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_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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