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뒤로 물러나서 멸망할 사람들이 아니라, 믿음을 가져 생명을 얻을 사람들입니다."(빌립보서 2:16)
오늘은 2021년 3월 10일 후쿠시마 핵사고 10주년입니다.
이에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 차원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10년, 이제는 생명을 향하여!"(빌2:16) 라는 주제 아래 "탈핵연합예배를 줌으로 드렸습니다.
다음은 함께 드린 공동기도와 성명입니다.
<설교문>
2021년 후쿠시마 10주년
탈핵연합예배 설교문
허백기 목사(교토남부교회)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 동포 3세로서 나름대로 이 나라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유학시절에는 일본을 엉뚱하게 비판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일본을 편들어서 반박하거나 때로는 일본의 장점을 늘어놓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애정이 단번에 식어 깊은 환멸로 바뀌게 된 계기가 바로 동일본 대지진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후쿠시마 제일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처와 이후 사회의 흐름들이 저를 완전히 실망시켰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이 나라는 사람의 생명을 코딱지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는 미래를 짊어질 후손들의 건강이나 국토환경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돈을 더 잘 벌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이익만 줄어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소수의 기득권층에 의해 좌지우지되고있는 것이 일본의 실체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원전사고를 통해 새삼 알게 된 것이지요.
사고 직후, 방사능의 확산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슈퍼 컴퓨터 시스템은 계산 결과를 제대로 내놓았는데, 정부는 이를 국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오직 미군에만 알렸습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대피 계획은 후쿠시마의 전체 주민을 피난시키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일부만 철수시킨 채 진실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방사능에 노출시켰습니다. 또한 정부는 일반 시민의 방사능 피폭 기준치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1밀리 시벨트에서 20밀리 시벨트로 끌어 올렸습니다. 이는 방사능 관리구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어 오던 기준치인데 지금 후쿠시마에서는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원전 사고 처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 또한 많은 나라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탈핵으로 방향을 돌리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2012년부터 원전을 재가동시키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현재, 5기의 원전이 가동 중입니다. 아베 총리는 2013 년 IOC 총회에서 세계를 향해 "후쿠시마에 대해 염려하는 분들에게 제가 보장합니다. 상황은 잘 통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도쿄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세기의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참으로 범죄적인 올림픽을 2020년에 도쿄에서 열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지지부진한 원전 사고 처리 비용을 전기 요금으로 전가시켜 국민에게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본래는 반영구적으로 봉쇄해야 하며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죽음의 땅에 주민들을 귀환시키는 사업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와 그 인접지역, 그리고 수도권에서도 암 발생률이 크게 증가했는데도, 어용 학자와 어용 의사들의 입을 빌어 원전사고와의 인과관계를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크고도 깊은 죄입니다. 사람들의 생명은 얼마든지 위험에 빠뜨릴지라도 원전과 그에 얽힌 이권은 사수하려는 것이 바로 일본 정부의 자세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을 개죽음으로 몰아놓은 카미카제 특공대의 마인드가 위정자들 사이에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는 것입니다. 어떤 거짓말이라도 뻔뻔히 하면서 자신들의 뜻을 꼭 관철하려고 하는 기만으로 가득 찬 정신입니다. 이것은 아시아침략과 전쟁범죄의 책임을 아직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그 정신과 일맥상통합니다. 그것은 즉 민중의 생명을 희생시켜 일부 고위층의 이익만을 보전하려는 정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멸망으로 향하는 남 왕국 유다에서 이사야는 포도원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생명들을 위해 모든 환경을 갖추었고 좋은 결실 맺기를 기대하면서 포도를 심으셨습니다. 좋은 향과 맛을 가진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는 좋은 포도 열매가 맺어지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그러나 난 것은 신 들 포도들이었습니다. 여기에 하나님의 비통한 외침이 있습니다. "내가 포도밭을 위해 뭘 안 해주었다는 것인가?”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물 중 최고의 작품이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바르게 다스리기를 기대하신 우리 인간들을 향한 하나님의 비통한 외침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좋은 결실을 기대했습니다. 그 결실은 정의와 공평과 사랑, 그리고 평화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셨습니다. 우리가 좋은 결실을 맺는데 필요한 도구인 지혜와 우리를 인도하는 말씀도 또한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비참했습니다. 마땅히 맺어야 할 정의는 포학으로 맺어졌고 풍성해야 할 공의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부르짖음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인간 속에 숨겨진 죄의 유전자는 하나님의 피조세계 전체를 크게 상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비틀고 있습니다.
모든 범죄가 그러하듯이 핵 발전 문제도 인간의 근본적인 죄의 문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거짓과 지나친 탐욕과 철저한 자기중심성이며, 에덴동산 설화에 나타나는 바로 그것들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 후속처리 과정은 이러한 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토록 커다란 재앙임에도 불구하고, 또 어떤 의미로는 심판으로 볼 수 있는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일체의 회개도 성찰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악을 더 큰 악으로 덮어버리고는 그 표면은 빈틈없이 거짓말로 덧칠하고 있습니다. 이 일본이라는 나라가 과연 바른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요? 과연 바른 방향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이 땅에 살아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이들은, 마지막 심판의 날이 오기 전까지, 포도원이 올바른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필사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커다란 국가와 공권력, 기업의 범죄에 대해 끊임없이 회개와 보상과 방향전환을 촉구하는 작고 나약한 무리에게 하나님이 필요한 능력을 더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성명 >
후쿠시마 핵사고 10년, 이제는 생명을 향하여!
“우리는 뒤로 물러나서 멸망할 사람들이 아니라, 믿음을 가져 생명을 얻을 사람들입니다.”
(빌립보서 2:16)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그간 핵사고가 얼마나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경험했습니다. 세슘만 해도 30년의 반감기가 열 번이 지난 300년이 흘러야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양이 됩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방사성 물질들이 핵사고 한 번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을 오염시켰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 것은 물론이고, 제염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핵발전소의 녹아내린 연료봉은 사람의 힘으로 꺼낼 수도 없습니다. 처음엔 로봇조차 열기에 가동을 멈췄습니다. 핵사고는 또 다른 폭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심각한 방사능 수치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복구를 이유로 피난을 떠난 사람들을 강제로 귀환시켰고, 귀환을 거부하는 이들은 지원금을 끊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노숙인을 모집하여 후쿠시마 핵사고 수습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핵사고의 해결을 꿈꾸기엔 10년의 세월은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10년,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에서 탈핵이 공약되었고, 탈원전이 대통령의 입으로 선언되었습니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탈핵을 선언한 대통령의 임기 동안 5기의 핵발전소가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동을 멈춰야 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멈추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1심에서 수명연장이 무효하다고 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월성1호기는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경제성 평가 조작’이 있었다는 논란에 직면한 것입니다. 안전성과 지역수용성을 골고루 평가할 때 월성1호기는 유지 자체가 무의미한 핵발전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폐로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사성물질의 누출이나 잘못된 부품과 장치로 인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은폐됩니다. 한여름 태풍으로 인해 발전소가 위험에 처할 뻔 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듯 기후위기가 초래할 파국과 핵사고가 만들어내는 고통은 서로 모양은 다르지만 시작 지점이 같습니다. 둘 모두는 인류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인류가 만들어온 문명은 화석연료와 핵발전이 더 많은 풍요를 가져다 줄 것처럼 선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선사하는 내일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폭염과 혹한, 냉해와 가뭄, 폭우와 폭설, 메뚜기떼의 창궐과 전염병의 전파는 우리의 삶의 기반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이 상용화 된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았으나 세 번의 큰 핵사고가 있었고, 핵사고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방사성 물질로 인하여 건강과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해결책도 존재하지 않는 독성 물질인 핵폐기물들이 핵발전을 지속하는 한 계속 생산됩니다. 심지어 기후위기가 핵발전소 사고의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태풍이 소외전력상실로 인한 사고를 만들어냈고, 폭염으로 인한 강물의 온도 상승이 핵발전소 냉각수 공급을 멈추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해수면 상승이 해안가에 존재하는 핵발전소 전체를 위협합니다. 탐욕으로 질주하는 열차가 문명의 종착역에 닿기 전에 이제라도 멈춰 세워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머뭇거리고 외면하는 동안 10년이 지나버렸습니다. 이제라도 참회하고 돌이켜 생명을 향해 걸어가야만 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의 고백처럼 “핵은 기독교 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통제 할 수 없고, 해결하지도 못할 사고이며, 무수한 폭력을 양산하고, 이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위험천만한 일이 바로 핵발전이라는 사실을 후쿠시마 핵사고는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우리는 이 교만과 탐욕, 그리고 죽음의 길과 명백하게 결별하고 생명을 향하여 걸어가야만 합니다. 뒤로 물러설 수 없고, 되돌아 갈 수도 없습니다. “생명을 택하라”(신 30:19)의 말씀에 따라 우리를 생명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생명의 길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갑시다.
2021년 3월 7일
탈핵주일을 지키는 그리스도인들
<핵없는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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