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교회를 꿈꾼다
컵 사용 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제 카페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머그잔을 쓰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 8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의 영향이다. 아직 일회용 종이컵이 눈에 거슬리고 다수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테이크아웃 되고 있어 마음은 무겁지만 어쨌든 매장 내는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와 무관한 곳이 있다. 영화관, 경기장 등도 그렇지만, 교회 역시 운영하고 있는 카페가 테이크아웃점으로 등록되어 있어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긴장감이 덜하다. 매장공간만 규제 대상이어서 그런지, 교회도 이용자도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적은 듯하다.
마신 후 대부분 교회 건물 안에서 버려지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카운터 안쪽만 규제대상이다. 사실 문제는 주일에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1회용 플라스틱 내지는 1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방법과 속도 상에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가야하고 또 갈 길이다. 이제 무더위가 물러가고 가을로 접어들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찬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다소 줄어든 듯하다. 대안을 세워보기에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머잖아 규제 범위에 포함되어서가 아니라 앞서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교회 카페문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어떨까?
또 한 가지 마음이 쓰이는 것은 빨대다. 빨대는 현재 같은 재질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인데도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빨대 없이는 마시지 못하는 것처럼, 빨대 사용은 여전하다. 코에 빨대가 꽂혀 신음하는 바다코끼리를 보지 못한 걸까? 작아서 그런지 대부분 별다른 생각 없이 쓰고 있다. 더구나 빨대는 카페에서만이 아니라 1인 가구 증가로 음료뿐 아니라 식사대용식(미니시리얼, 분말간편식, 죽 등)에 이르기까지 용기에 패키지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빨대 아니면 미니스푼이.
안타깝게도 이들 일회용 플라스틱은 ‘자원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상 일회용이 아니다. 사용억제 및 무상제공 금지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중 플라스틱 빨대가 약 292톤(우리나라 1,115㎏)으로 전체 쓰레기 중 7번째로 많은 데도 말이다. 서둘러 빨대는 물론 그에 준하는 접시, 수저 등의 일회용 플라스틱도 일회용 관리품목에 넣어 폐기물감축, 미세플라스틱 및 해양오염 저감, 해양 생물을 보호하길 바란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규제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 규제되기 전에, 하늘 나는 새와 바다 생명들을 포함한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회 안에 ‘빨대 없이 마시는’ 음료문화가 정착되길 희망한다. 당장에 빨대를 빼는 게 불편하다면 업체들이 대체해가고 있는 친환경 빨대를 활용하도록 안내해도 좋을 것이다. 종이, 대나무, 스테인리스, 유리 등 분해되거나 씻어서 다시 쓸 수 있는 빨대가 있다. 종이 빨대도 1회용이긴 하지만 플라스틱보다는 조금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일텐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 움직임이 일고 법적 규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 귀기울여 볼 일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에서 자유를 선언하는 교회들이 있기를 기도한다. 신음하는 새와 물고기 뿐 아니라 우리의 몸이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앞장설 수 있기를 기도한다. 곧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은 서울지역에 한하겠지만 교회 카페들을 찾아가 마음을 나누고, 함께 변화를 위한 작은 몸짓들을 청해보려고 한다. 발걸음 머무는 곳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탄식' 가운데 지구를 바라보고 계실 주님의 영이 먼저 가 계실 줄 믿는다. 아직은 더디지만 우리가 함께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크게 쓰임 받아 이 땅 지구가 치유되어 되살아날 수 있기를.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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