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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야기

풍요를 너머 쓰고버리는 시대

by 살림(교육센터) 2018. 9. 27.

풍요를 너머 쓰고버리는 시대 / 유미호

오늘 우리는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풍요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 가지 이익이 있으면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손해가 뒤따른다. 사실 세상이 풍요한 탓에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은 누구랄 것도 없이 소비하면서 남겨놓은 흔적들이다.
한 세대 이전만 해도 흔적 없이 소비했는데, 이제는 흔적 없이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는 소비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쓰고 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끝없이 올라오는 욕심을 과시하듯 이런 저런 물품을 사서 버리기를 즐긴다. 오죽하면 나무 이름 10가지를 몰라도 기업 로고 100가지 이상 아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때론 곧 다시 내다 버리고 말 물건인데도 사들인다. 시장에 가보면 쓰레기통을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집에 가져가는 이들이 종종 있다. 분명 쓰레기통을 꺼낸 후 쓰레기로 버릴 봉지인데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 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진다. 특히 1회용 플라스틱은 사용이 편리한 데다 배달 문화가 발달되어 매년 버려지는 양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쓰레기는 1회용 플라스틱 제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플라스틱 1회용 컵이나 접시 등과 같이 사용 억제 및 무상제공이 금지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빨대와 홀더, 종이 컵과 티슈, 이쑤시개와 같이 규제되고 있지 않는 1회용들도 많다. 게다가 물건의 수명과 상관없이 버려지는 것들까지 친다면 그냥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다회용으로 만들어진 제품들마저도 새것이거나 한두 번 사용된 채 집안 구석구석에 쌓여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물건이 너무 저렴하게 팔리고 있어 집집마다 상품들이 쌓여간다. 옷들도 일회용품 같이 쓰다가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쓰고 버리는 대량소비, 대량생산의 사회’가 된 것이다. 이대로는 쓰레기 문제는 물론이고,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데 큰일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지구는 2035년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을 것이란다. 2015년 말 전 세계가 합의했던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겠다고 한 목표는 무산될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란다.
간신히 버텨낸 여름 폭염 때문인지 하나뿐인 지구가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내몰렸음을 직감한다. 에너지, 식량, 물, 물자 등 모든 것을 끊임없이 소비해서 버리려고 하는 소비중독증, ‘어플루엔자(Afluenza - 풍요를 뜻하는 'Affluent'와 감기 바이러스를 뜻하는 'Influenza'의 합성 신조어) 때문이다.
시급히 치료해야 한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는 늦는다. 완전한 치료가 아니어도 된다. 조금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조금 내려놓으면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에 다가설 수 있다.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물질에 대한 욕망이 너무 크다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신 말씀을 기억하고 사랑으로 조금 덜어내자. 그저 쓰레기일 뿐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는 낡은 물건이 있다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관심을 두셨던” 주님을 기억하고 다시 관심을 주고 사용해보자. 그러다보면 자연치유력이 높아져 진정한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고 몸에 옷을 걸쳤고 지붕이 있어 잠잘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세상 75%의 사람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국일미디어)

“무엇이 얼마나 주어져야 충분하다고 할까?” 한 동안 해결의 열쇠는 ‘필요를 알게 하는 것’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질문이 잘못되었다. 필요를 제한하려는 질문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물어야 했다. 충분히 생각하고 답을 내게 하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대형 승용차가 아니라 존중이, 옷이 가득한 옷장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전자 장비가 아니라 인생을 가치 있게 할 그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체성, 일체감, 공동체, 도전, 인정, 사랑, 즐거움. 마음과 영혼의 풍요로움 등을 말한다.
일단 한 번 시작해보자.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냥 길을 떠나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더구나 목적이 하나님 지으신 모든 생명이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누리게 하는 것이라면.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볼 수 있으리라.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https://eco-christ.tistory.com)을 통해 올해 초부터 걷기 시작한 플라스틱프리의 길. 조금 불편해도 천천히 걸으며 만나는 생명들마다 이름을 부르며, 그 길 위에서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게 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나누기를 원한다. 1회용부터 하나씩 줄이고, 작은 정원(텃밭)을 가꾸며 ‘살림’을 위한 마음을 키워가 보리라. 그곳에서 식물의 이름을 10가지 이상씩 알게 하는 것, 하나님이 지으신 생명이 이름을 부르며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것은 지구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리라. 이는 지구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것을 깨달아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게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 플라스틱대란을 겪으면서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면서 고통을 느끼는 이들도 늘고 있다.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회복으로 가는 좋은 신호이다. 설령 지금 1회용 플라스틱을 쓰고 있더라도 ‘내 자신이 쓰고 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고, 1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우리는 머잖아 다른 삶을 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필요하지 않은 것을 찾아 서서히 이별을 연습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꼭 필요한 것만으로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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