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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문화 이야기/살림 북토크

"오래된 물건 이야기" 사진전, 작가와의 북토크(5/30)

by 살림(교육센터) 2024. 5. 29.

<지구와 나, 우리를 잇는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의 일환으로, 

2024년 6월 한 달 동안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1층 로비와 카페온 공간에

"노년과 오래된 물건" 사진전이 진행됩니다. 

 

글과 사진 : 김민수
전시 사진 : 총 24점
전시 기간 : 2024.06.01. - 06.28.
관람 시간 : 9:00 - 18:00
주최/주관 : 예장총회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세움앤나눔,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물건’으로부터 창조주를 기억하고 내면의 생태 감수성을 일깨우게 하는 글과 사진이다. 컬러가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색감이라며 사진을 흑백으로 담았다.
작가는 “본인의 글에 쉼표(,)는 있지만, 마침표(.)는 생략했습니다. 뭔가, 마침표를 찍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을 전한다.
전체 40점의 작품 중 19점을 선정하여 몇 점의 물건과 함께 전시한다. 흑백 사진과 글을 통해 일상적인 물건 하나 하나를 깊이있게 바라보고 머무는 순간이 되길 기대한다.

[작가 소개]
김민수
한남교회 담임목사
2011년 '가상현실'로 한겨레등용사진가 최우수상수상
생태감수성이 가득한 photo writer로 활동하고 있다.

 

아래에는 6월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이신 김민수 한남교회 담임목사님과 먼저 나누는 토크의 질문입니다(2024.05.30 진행). 

토크 영상은 편집되는 대로, 이곳 질문내용 부분에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오래된 물건 '2일 사진관' 이벤트도 신청하세요~

https://eco-christ.tistory.com/1925

 

 

작가의 변 / 김민수
old age and old things
- 노년과 오래된 물건
 
언제부턴가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들에 눈에 가기 시작했다.
흔하지 않았던 것들이 흔해지고 이내 다시 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오래된 물건은 추억의 단편들을 내장하고 있다.
바다에 서면 나는 작은 몽돌, 마모된 유리조각, 작은 조개껍데기 등을 줍는다.
이 파편들에는 내가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들이 들어 있다.
작을수록 더 많은 사연이 들어 있고, 이내 더 많은 사연을 담으면 사라진다.
 
그 사연들을 가늠해본다.
어둠이 깊은 밤일수록 그 사연은 뚜렷하게 들린다.
그 사연들은 희미한 촛불이나 모닥불 정도의 빛에 잘 드러난다.
비오는 날이라면 등불이 제격이다.
그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글을 쓴다.
그는 내가 되고 나는 그가 되고, 그냥 하나가 된다.
 
타닥, 타탁......
두벌식 타자기가 천천히 느릿느릿 그 이야기를 기록한다.
너무 빨리 앞서가도 안 되고 뒤쳐져도 안 된다.
깊은 밤,
비오는 날이면 빗소리가 섞인 글을 타닥타닥 지어내고,
바람 부는 날이면 바람소리 섞인 글을 타닥타닥 지어내고,
꽃 피어나는 밤에는 꽃향기를 타닥타닥 찍어내며
타닥, 타탁......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붙이고 너무 보고 싶어 전화기로 달려가
‘나 너한테 편지 썼어, 받으면 답장도 받았으면 해...’
전화도 못했던 수줍었던 청년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그들도 나도 뒤안길에 서있다.
뒷모습이 점점 작아질수록 더 많은 사연을 담겠지만, 이내 그들처럼 사라지겠지.
그렇게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다가 나도 오래된 물건이 되었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제법 살만하고, 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작가와의 토크 -  “오래된 물건 이야기” 흑백 사진전
초대손님 : 김민수 작가 (한남교회 담임목사)
진       행 : 이인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연구실장 

2024. 5. 30 - 녹화된 영상을 편집되는 대로 유투브에 올려 이곳에 공유합니다!

  • 목사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 오늘 전시가 있기까지 배경이나 준비과정 등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해주시고, 목사님의 사진 작품활동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약 15분 정도 시간을 활용하셔서 말씀해주세요. 강의까지는 아니고, 오늘 ‘대화’를 여는 의미에서!   
  • 사진찍는 것에 관심 갖게 된 시기는 언제이며, 무엇이 계기였는지요? 혹시 사진기술을 배우셨는지요? (목사님들 중에는 수채화를 배워 아름다운 교회당을 그리시는 분, 목공예를 배워 십자가를 만드시는 분 등 다양합니다만.) 
  • 이번 전시에서는 흑백사진 작품이 ‘주’를 이루는데 ..... (이하 질문 생략)

 

전시 사진 중 일부

 

연필통
 
나의 연필통에는 연필만 들어있지 않다
, 전각도, 만년필, 색연필도 더불어 함께,
공통점은 쓴다는 것,
어떤 것은 화선지에, 어떤 것은 돌멩이에,
어떤 것은 종이에 쓰고 그리고 새긴다
그중에서 연필만은 유일하게
썼다가 지울 수 있다
연필은 흑연과 점토의 비율에 따라
경도가 달라진다
흑연이 많을수록 색은 진하고 심은 부드럽고
점토가 많으면 색은 흐리고 심은 단단해 진다
연필통과 그 안에 담긴 것들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연필통에 담겨있어 다 된 것이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빨래집게
 
빨래집게는 입술을 앙다물고 있음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빨래는 자유로이 바람을 타고 날고 싶다하고,
빨래집게는 이를 앙다물어 빨래를 여미고,
그 와중에 빨랫줄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그 사이 빨래는 마르고,
그저 무심하게 별일 없었던 것 같은데
별일 없었던 것은 아닌 게지
팽팽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빨랫줄과
항상 이를 앙다물고 있어야만 하는
단조로운 삶을 사는 빨래집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하다
명을 다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
입 다물기를 포기하는 순간,
더 이상 그가 아니므로
허튼소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빨래가 없는 날에도 그들은 그 곳에서 산다

 

 

 

종이배
 
요즘에도
냇가에서 종이배를 띄우고
노는 아이들이 있나요?
종이배 접는 방법은 아나요?
내가 만난 종이배는
물이 무서워서 광장에 정박되어 있었죠
종이배의 이름은 미안해...’
개울을 떠내려가다 뒤집어지거나
물에 젖어 가라앉는 종이배처럼
그 큰 배가 그렇게 기울어 침몰하다니요
그리고 그걸 그냥
구경만 하듯 지켜만 보다니요
혹시라도 광장에 종이배를 띄우면
가라앉은 배가 기적처럼 돌아오지나 않을까,
별이 된 친구들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여전히 꿈이고 바람이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진실을 밝히는 일이.......그래서 미안해...’
흙벽이라고,
흙으로만 만들지 않는다
흙벽에는
짚도 들어가고, 수수줄기도 들어가고,
새끼줄도 들어간다
모두 순수 자연에서 온 것이기에
벽이기를 포기하고 무너져 내린 순간부터는
씨앗을 품을 수 있고, 꽃도 피워낼 수 있다
흙벽은 안과 밖을 구분하지만,
차단하진 않는다
추운 겨울 눈바람 불어오면
찬바람 방 안에 들이고
따스한 봄 꽃바람 불어오면
꽃바람 방 안에 들인다
초여름 높새바람 불어오면
마른 바람 방 안에 들이고
늦가을 갈바람 불어오면
시원한 바람 방 안에 들이지
구분은 거룩한 것,
그러나 지나치면 벽을 쌓는 법이다

 

화분
 
화분에 담긴 한 줌의 흙은
그 흙에 기대어 자라는 이들에겐 온 우주다
반칠환 시인의 시
<노랑제비꽃>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
 
사초(沙草),
말 그대로 모래에서,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풀이다
어머니 대지의 머리카락이라는
향모를 대신하여,
야산 산책길에 흔하디흔한 사초님
두어 뿌리 모셔와 화분에 심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사초님이 화분이 품은 흙을
대지삼아 피어났으니
화분은 통째로 지구가 되었다

타자기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져 버린 물건
가뭇없이 사라져버렸지만,
나에게는 타닥, 타다닥
여전히 살아있는 타자기 한 대가 있다.
대학시절,
기름종이에 한 자 한 자 쳐서
등사기를 돌려 유인물을 만들고 책자도 만들었다
하지만,
전동 타자기와 워드프로세서라는 물건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등사기도 복사기와 프린터기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자
타자기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추억을 먹고사는 존재가 있기 마련인지라
이렇게 살아남아 아주 가끔씩은
의미 있는 문장을 찍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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