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림 문화 이야기/살림 글쓰기

살림브런치> 우리 식탁의 주인은 누구인가? (김신영)

by 살림(교육센터) 2020. 1. 16.


- '살림의 꿈'을 위한 A4 1장, 2000자 살림글쓰기를 제안합니다. 

- 살림의 주요 필진들과 더불어, 살림에 대한 생각과 마음, 살림의 신앙과 실천 이야기를 A4용지 1장의 정돈된 글로 채워보지 않으실래요? 쓰고 싶어도 막상 쓰려면 '어떻게 분량을 채워야 할까?',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글을 써서 사람들과의 교류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쓴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2020년엔 글쓰기 모임도 몇 번 해볼까도 싶네요. 

-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 될 ‘살림브런지 1호' 김신영 부소장의 글, '우리 식탁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올립니다. 이후 때때로 여러분들의 살림이야기로 A4 1장, 2000자’의 글로 채워져가길 기대합니다(ecochrist@hanmail.net).  


살림브런치_2020-1 


우리 식탁의 주인은 누구인가?

자기를 더럽히지 않을 수 있도록(다니엘 1:8)”


김신영(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부소장)

 

한국사회에서 먹는 것만큼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소재가 있을까? 방송에서도 먹는 것은 언제나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누가 많이 먹는지, 우리나라의 음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무엇을 먹는지, 급기야는 연예인의 냉장고를 방송국으로 그대로 가지고 와 그 안에 있는 것으로 예상치 못한 요리를 만들어 보이기도 한다. 음식의 유래나 음식을 둘러싼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좋은 만남은 좋은 음식과 뗄 수 없다. 좋은 음식을 대접 받으면 기분이 좋고 대우 받는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첫 데이트나 중요한 사람을 모실 때는 무엇을 어디에서 먹을지를 신중하게 정한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된 식탁 앞에 둘러앉아 그리스도인이라면 식사를 시작하기 전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그리스도인의 기도에는 그 기도를 드리는 사람과 그 공동체의 신앙과 신학이 스며있다. 식사기도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식사기도에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 우주와 세계를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고백이 들어있다. 하나님이 먹을거리를 창조해주셨고, 동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을 제공하셨기 때문에 이 식탁이 차려질 수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곧 이어 식사를 제공한 사람에 대한 수고와 고마움을 표현하고, 이 식탁을 나누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를 마친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러한 식사기도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님의 사랑이나 정의와 같은 기독교적 가치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실천될 때에 그 가치가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은 식사기도에서 입으로 고백될 뿐 아니라 우리가 먹을거리를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나야 한다. 채소가 잘 자라고 과일이 잘 맺히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고백할 때에도 우리는 이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이 과연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하는 과정 속에서 자라고 맺혀진 것인지 관심을 가져보아야 한다.

다니엘은 왕이 내리는 좋은 음식을 먹지 않았다. 하나님이 만드신 것은 다 깨끗하고 좋은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음식의 문화적, 정치적, 종교적 배경을 이유로 그 음식들을 자신을 더럽히는 음식이라고 규정하고 거부한다. 다니엘은 자신에게 제공되는 음식을 그가 처한 역사적 상황과 신앙의 눈으로 해석하고 그가 깨달은 바를 실천에 옮겼다. 다니엘에게 먹는 행위는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활동일 뿐만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과 이 음식들이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의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과정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동의를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식사기도와 함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를 마친 뒤 잔반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하나님이 주신 귀한 식탁이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다. 다니엘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이 식탁이 과연 나를 더럽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당장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채소가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재배되는지, 그것을 심고 키우고 추수하는 과정에서 땅과 농민들의 행복이 희생되고 있는 것은 않은지, 그리고 그것이 유통되고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적당한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지(탄소배출까지 고려하면 더 좋다)를 살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먹거리를 우리의 신앙적 관심사로 가져올 수 있으며, 신학적 주제로 삼을 수 있다.

Angel Mendez(The Theology of Food, 2012), David Grumett and Rachel Muers(Theology on the Menu, 2010), Norman Wirzba(Food and Faith, 2019), Stephen Webb(Good Eating, 2012)와 같은 서구의 신학자들은 식탁과 먹거리를 신학적 주제로 삼는다. 이들은 먹는 행위가 우리의 영적인 실천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산업화, 세계화 등이 농축산업, 생태환경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주목하면서 우리가 식탁에 대한 신학적-신앙적 사고를 하지 않는 지금 이 순간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식탁 앞에서 창조신앙을 고백하는 감사기도를 하면서도 이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물을 학대하고, 농민을 죽이는 과정을 거쳐 온 것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이것이야말로 창조신앙에 무감각한 생태적 문맹이 아니겠는가? 창조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돌보시는 생명을 파괴하고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와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는 시스템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또한 하늘과 땅과 물을 오염시키고, 농민의 삶을 파괴하며, 가격으로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그런 시스템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식사기도 때마다 이 음식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이 세계를 지배하는 죽음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관심과 성찰이 없다면 이러한 식사기도는 수많은 불편한 진실을 감추는 자기 위안의 수단 밖에 되지 않는다. 절대적 빈곤 상태가 아니라면 우리는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이상 식탁 앞에 앉게 된다. 이 때 우리는 식사기도를 통해 이 식탁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바르게 선포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대하는 이 식탁에서는 죽음의 시스템이 거부되고, 하나님의 은혜와 풍성한 생명이 흐르는 먹거리가 놓이기를, 그리고 이 식탁에 놓인 먹거리와 관련된 사람, , 가축들의 가치가 존중되기를 바라야 한다. 우리 식탁의 주권을 죽음의 시스템을 쥐고 있는 세력들에게 내주지 말자. 우리 식탁에 죽음의 기운이 조금도 나타나지 않도록 하자. 이 식탁의 주인은 창조주 하나님이다. <>



+++++++++++++++++++++++++++++++++++++++++++++'살림의꿈'을 위한 여러분의 ‘A4 1장, 2000자 살림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지금 스낵 콘텐츠 시대, 동영상 콘텐츠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130자,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으로 말합니다. 긴 콘텐츠를 짧은 텍스트로 요약할 수 있는 건 큰 이점이지만 점차 글을 쓰는 일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려면 때론 장문의 글쓰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장문의 글을 쓰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 첫 단계로 <2000자를 쓰는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2000자를 쓰는 훈련‘을 말합니다. 2000자는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으로, 숫자만 보면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A4용지 1장에 불과합니다.


살림에 대한 생각과 마음, 살림의 신앙과 실천 이야기를 A4용지 1장의 정돈된 글로 채워보지 않으실래요? 막상 쓰려면 '어떻게 분량을 채워야 할까?',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글을 써서 사람들과의 교류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쓴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2020년엔 글쓰기 모임도 몇 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갖습니다.


그 모든 일의 시작점이 될 여러분의 ‘살림이야기 A4 1장, 2000자’의 글을 기다립니다!!!

ecochrist@hanmail.ne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