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위기 시대, 죄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기독교는 죄의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죄에 대한 이해와 접근 방식에 따라 교회공동체의 분위기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성경에서 죄는 여러 차원과 특징을 갖는데 개인의 죄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개인의 죄 때문에 공동체가 고난을 당하며 이 때 다수가 자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한 개인의 죄로 인해 징벌을 받기도 한다. 또한 죄는 사회구조와 밀착되어 있기도 한데, 이 경우 개인은 시대적 한계 속에서 죄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인식하더라도 죄로부터 완전히 결백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날마다 먹는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동물의 깃털과 솜털이 어떻게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을 채우고 있는지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매일 강한 압력과 열로 추출하여 마시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은 누군가의 삶을 쥐어 짠 것이라 말하면 과하다고 여긴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청결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이름도 모르는 화학물질을 매일 강과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이것에 대해 잘 모른다고만 할 수 없다. 이미 이것들은 나와 내 자녀의 몸속에 축적되고 우리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학교에서 죄는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가 있다고 배웠다. 알고 지었든 모르고 지었든 그 죄 때문에 내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배웠다. 죄는 알고 지었든 모르고 지었든 내 안에 쌓이고 나를 죽인다는 것이다.
죄의 문제는 교리적 문제 이전에 삶의 문제이다. 화이트헤드는 종교적 원리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설명되어야 하며 그 방식은 계속 변하고 발전되어야 한다며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죄를 이해하고 읽어내기 위해서는 생태적 문법을 알아야 한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방사능, GMO 등은 나를 비롯한 모든 삶과 생명을 위협하며 일반인들은 피할 방편조차 얻을 수 없는 죽음의 세력으로 우리 위에 드리워져 있다. 생태적 문법을 알지 못한다면 이 죽음의 세력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기도하고 대항해야 할지 알 도리가 없다.
이 시대에 죄와 맞서는 법은 생태적 문법을 익히는 것이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GMO, 방사능 문제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왜 발생하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사회적, 윤리적, 의학적, 생물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요즘은 이와 관련된 일반교양 수준의 서적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매우 전문적인 수준의 이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나와 내 인간이웃과 피조물 이웃을 죽음으로 위협하는 죄의 본질을 이해할 정도만이라도 알면 될 일이다.
경건한 기독교적 삶과 영성은 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항할 때에만 가능하다. 생태적 문법으로 생태위기에 접근하면 이내 그 안에서 우리 시대의 욕망과 우상숭배 등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죄에 민감한 경건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원한다면 생태적 문법으로 세상을 보고 내 삶을 성찰하며 죄의 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중을 뒤덮고 해를 가리고 있는 미세먼지에서 공중권세를 잡은 자를 읽어내야 한다. 우리의 식탁을 뒤덮고 있는 화학물질과 GMO를 보며 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농민을 죽이는 악의 세력을 읽어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생산되고 전달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땅과 하늘이 황폐해졌으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는지를 읽어내야 한다. 나의 안식과 편안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력과 생명들이 착취되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어찌 보면 경건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생태적 각성을 통해 우리가 ‘죄인의 우두머리’임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 글쓴이 김신영목사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코디네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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