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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야기

뜨거운 태양 아래 농익은 수박 한 덩이!

by 살림(교육센터) 201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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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 농익은 수박 한 덩이!

 

김귀한 /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의 살림코디, 산성교회 권사

 

7,8월 뜨거운 햇살 속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토마토는 이상하게 생겼지만 잘 익어갑니다. 벌레도 조금 먹고 우리도 조금 먹고 그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아래 밭 세연이네가 야단이 났습니다. 비싼 친환경 소독약을 그렇게 뿌려댔는데도 고추가 병이 많이 들었다고 울상입니다.

그런데 우리 밭 고추들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계란 흰자에 우유 조금 섞어서 소독한 것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가만보니 우리 밭은 소량으로 여러 품종을 섞어서 심었기 때문에 작물들이 더 건강한 것 같습니다. 세연이네는 고추를 대량으로 심었거든요. 대량 생산을 해내려면 농약을 많이 할 수 밖에 없겠더라고요. 고추랑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에도 가지, 오이,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5월초에 심은 수박 모종이 3개월 만에 어른 수박이 되어서 우리 발 앞에서 당당하게 뒹굴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나온 수박을 벌써 실컷 맛보신 분들은 뭐야, 이제야 수박을 맛본다고?’ 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남정네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작지만 묵직한 수박을 조심스럽게 땁니다. 하나님께 감사하며 수박 농사 3년 만에 첫 열매를 즐겨봅시다.

수박 모종이 막 자라서 여러 줄기로 뻗어서 사방에 여러 작물들을 덮쳐나갈 때 그 생명력에 감탄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입니다. ‘어마, 무시무시하게 뻗어나가네~ 도저히 안 되겠다. 순을 잡아줘야 한다던데 에구, 아까워서 이 줄기들을 우째 잘라낸단 말인가? 이래서 나무 가지치기할 때도 아까워서 자기나무를 못 자르니 이우끼리 바꿔서 사정없이 가지치기를 한다는 말이 있는 거구만.’ 두 눈 질끈 감고 수박의 기다란 줄기들을 매몰차게 잘라내며 아까워서 저릿저릿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시킵니다. 먹을 만한 수박을 얻으려면 참아야한다고 다독거립니다.

그렇게 과감한 결단을 하며 순을 잡아주었던 수박 네 덩어리가 튼실하게 자라 주었습니다. 그 옆에 같이 심었던 참외도 순을 잡아주어서 잘 자랐는데 어느 날 가보니 두더지 친구들이 잘 익은 참외 네 덩어리를 우리 허락 없이 작살을 내놓았습니다. 농약 없이 살충제 없이 작물을 키우다 보니, 반만 건져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자연의 순리일지도 모릅니다. 나머지는 썩어서 거름이 되어 땅을 기름지게 할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농약에 살충제, 제초제까지 뿌려서 땅을 산성화시켜가면서까지 열매를 많이 거두려고 합니다. 어떤 열매이든 보기좋게 시장에 내놓아야 잘 팔리기 때문이지요. 남정네 와 아낙네는 자연의 섭리를 배웠지만, 농사만 지어서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농민의 삶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기대해봅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결실은 적지만 유기농으로, 자연농으로, 실험적으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고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곳곳에서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학교의 모퉁이 화단에서 건물의 옥상에서 텃밭 정원이 늘어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 텃밭을 잘 설계해서 과실수들과 함께 아름다운 정원으로 거듭나서 도시의 곳곳이 푸르게 변해가기를 상상해봅니다. 각 가정마다 아이들과 함께 키운 열매들이 식탁에 하나씩 올라오면 참 좋겠지요.

남정네와 아낙네가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는 동안에도 세상에선 에너지 문제를 놓고, 싸움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와 생태계를 위협하는 에너지 문제는 밀접합니다. 먹거리를 건강하게 생태적으로 회복시키느라 분주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한편으론 에너지 생산시스템 문제를 놓고 전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탈핵을 향해 가는 정부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지요.

세상에는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광고들이 넘쳐납니다. 이제는 빨래까지 햇볕에 널지 않고 건조기에 넣어서 말리는 것이 더 세련된 것처럼, 빨래 건조기가 혼수품 1호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세뇌시키는 광고까지 나왔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도시 한복판에선 상점 문을 열어 놓은 채로 에어컨을 켜고 손님들을 불러들이다 보니 상점 앞 골목길이 다 시원할 정도입니다.

우리가 탈핵으로 가는 길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핵발전소 고리1호기가 우여곡절 끝에 운전을 멈추었지만,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와 각계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동안 정부주도의 에너지 생산시스템에서 소비자가 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 민주화의 길을 가면서 겪어야할 진통 중에 있는 것입니다.

왜 맛있는 수박이야기를 하다가 에너지 문제를 들먹여서 수박맛 떨어지게 하느냐고 물으실 겁니다. 한여름이 되어야 먹을 수 있었던 수박도 제철을 잊어버리고 초여름부터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것도 비닐하우스에서 에너지를 이용해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수박도 에너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에너지가 햇빛이나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된다면 지금까지 값싼 전기 에너지로 만들어졌던 철없는 먹거리들이 줄어들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노지에서 나오는 건강한 수박을 제철에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고,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 오로지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자로다.(1:1~2)

 

이제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생명의 길을 택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생명과 죽음을 앞에 두고 선택하라고 명령하시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상상하기 싫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좀 더 느리게 좀 더 불편하게 살아가야 할 테니까요. 그런 날을 대비해서 지금부터 단순하고 소박하게 조금은 불편하게 살아가는 훈련을 좀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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