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일 저녁, 기후위기기독인연대(이하 기기연)가 마련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출판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나는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센터장이자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서 기기연과 함께 ‘기후위기기독교대화모임’을 열어오고 있는데, 이날 토크의 사회를 맡았다.
토크는 보통 책 출간 행사가 아니었다. 신학자, 과학자, 법조인, 목회자,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언어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함께 그리는 소중한 시간었이다. 특히 이 모든 논의가 믿음이라는 공통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근주 교수의 '구약으로 읽는 창조신앙, 하나님 나라, 기후 위기'를 시작으로, 조천호 박사의 '기후 위기 시대의 회심', 이병주 변호사의 '기후 재난과 법, 기독교와 십계명', 구미정 박사의 '어머니 대지로 돌아가기', 박경미 교수의 '대지의 공동체와 하나님 나라의 경제', 박득훈 목사의 '기후 위기와 체제 전환', 김영준 대표의 '그린 유토피아로 떠나는 보물지도', 문형욱 대표의 '기후 정의 운동과 하나님 나라 운동'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다.
먼저 1부 토크는 김근주, 박경미, 조천호, 문형욱 네 분 저자가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직접 낭독하고, 그 의미를 나누었다.
김근주 교수는 욥기와 이사야서를 통해 하나님의 세계가 인간 중심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사람 없는 땅에도 비를 내리시는" 하나님의 모습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인간을 위한 자연'이라는 생각을 뒤집는다. 그는 구원을 "지금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깨닫고 살아가는 것"으로 재해석하며, 내세 구원에 익숙한 한국 교회에 '지금 여기의 구원'을 제안했다. "창조신앙과 하나님 나라는 분리되지 않으며, 하나님 나라는 피조세계 전체의 회복과 정의를 포함한다"는 그의 말은 시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박경미 교수는 '하나님 나라의 경제'를 강조했다. 시장경제가 아니라, 물과 공기와 흙, 모든 생명이 순환하는 "큰 경제"를 말한다. "끝없는 성장이 아니라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삶, 오늘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삶"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지 못했다"며, 기후위기가 '의미의 상실'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경제는 대지 공동체의 하위 시스템"이라는 그의 주장은 성장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피조세계의 상호 연결성과 의존성, 유한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조천호 박사는 "세상의 종말과 새 세상이 동시에 가능한 시대"라고 현 시점을 정의했다. 지구를 파괴할 수도, 구할 수도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우리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를 환경 문제가 아닌 문명 구조 자체의 문제로 보았다. "오늘날 문명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도록 만들어졌지, 기후위기에 대처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그의 진단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0.1도라도 상승을 막을 때마다 추가 위험을 피할 수 있다"며 과학자로서의 희망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문형욱 대표는 기후정의운동이 환경 문제뿐 아니라 동물권, 평화, 여성, 노동 등 여러 정의의 문제가 만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모든 위기의 뿌리에 자본주의 체제가 있다"고 진단하며,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지 않고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가 이제 활동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직접 겪는 현실이 되었다"는 그의 말은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감각'의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각기 다른 운동들이 기후정의로 모이는 과정의 어려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며, 교회가 이런 체제 전환에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졌다.
이어 2부에서는 박득훈, 이병주, 구미정, 김영준 네 분 저자가 각자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직접 낭독하고, 이 책 출간 이후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변화를 꿈꾸는지도 나누었다. 주제는 '희망의 실천과 대안'이었다.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법조인, 목회자, 신학자, 활동가인 네 분 저자가 각자의 현장에서 발견한 희망과 대안이 나뉘어졌다.
먼저 박득훈 목사는 아브라함 이야기를 '정의와 공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세우려는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하며 오늘날의 체제 전환과 연결했다. 그는 예수님의 성전 정화 사건을 불의한 체제에 맞선 상징적 저항으로 보았고, 십자가를 그 저항의 결과로 해석했다. 또한 로마서 8장 19~22절을 인용하며 생태계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갈망하는 주체로 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기후위기의 뿌리에 경제 성장 지상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체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병주 변호사는 4년 넘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린 청소년기후소송 경험을 나누며, 법적 투쟁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왜 법을 선택했는지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정치적, 법률적, 경제적, 신앙적 기후위기 대응운동"을 만들어내자고 제안하며, 다섯 가지 영역을 실제로 엮어낼 방법을 모색했다. "결코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말자"는 그의 메시지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구미정 교수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여성 억압과 자연 착취를 같은 구조로 보며, "세계가 하나님의 몸"이라는 표현으로 새로운 신학적 상상을 제시했다. 민달팽이의 권리와 인간의 필요가 부딪칠 때 생주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오갔고, 한국 교회에서 젠더와 기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방법이 논의되었다. 그는 샐리 맥페이그의 질문을 인용하며 '생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를 상상하자고 제안했다.
김영준 대표는 "그린 유토피아로 떠나는 보물지도"라는 관점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하나의 목적지가 아닌 '여행'으로 보았다. 그는 명확한 대안 하나를 제시하기보다 여러 갈래 길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앞으로 펼칠 활동 계획을 나누었다. "이제는 당신이 알아서 길을 찾아야 한다"며 각자가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할 것을 권했다.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질문공간 패들렛에 질문이 올라왔지만, 모두 각자의 질문을 품고 함께 기후위기에 맞서가는 가운데 풀어갈 숙제로 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늦은 시각, 대화가 끝나갈 무렵, 다시 뛰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도 가졌다. 싱어송라이터이자 거리형 밴드 '길가는 밴드'의 리더 장현호가 '괄호넣기' 노래로 미니 공연을 하며 참석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했다. 참석자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깊이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났다. 마지막 순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실천할 작은 다짐과 우리가 이뤄갈 큰 변화를 상상해보려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그래도 느낄 수 있다—기후위기 앞에서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개인의 실천이 어떻게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특별히 그 마음은, 사전 질문에서 저자들의 새해 기도를 듣고 싶어한 덕분에 8명의 저자가 더 절박하게, 신앙으로 끝까지 함께 나아가게 하는 기도를 들었을 때 더욱 깊어졌다. 토크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각자의 삶과 신앙의 현장으로 이어져 실천으로 열매 맺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살림 행사로 분주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사회를 맡아 부랴부랴 책을 읽고 진행콘티를 짜느라 정신없었지만...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 참 기뻤던 하루였다. 기기연이 계속해서 기후위기 대응의 길을 걸어갈 때, 나도, 살림도 함께 걸어가리라.)
#기후위기기독교대화모임 #바람이불어오는곳 #북토크 #더나은세상을위하여 #살림 #기독교환경교육센터_살림

'살림 문화 이야기 > 살림 문화 워크숍'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2030 함께 만드는 희망의 5년, "살림 후원의 날과 딥 리스닝" (1) | 2025.11.29 |
|---|---|
| 에코뮤직 "다 카포" 리스트 (0) | 2025.10.20 |
| "생태적 죽음, 자연의 순환 속 삶의 마침표를 다시 그리다 " 토크(11/21) (0) | 2025.10.01 |
| 2025 하반기 - 창조세계돌봄 토크: 생태적 죽음 (0) | 2025.10.01 |
| 2025 하반기 기후위기기독교대화모임: 월드카페에서 피어난 집단지성의 현장 - 소통과 연대의 장 (0) | 2025.09.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