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게 가장 소중했던 두 주간의 합의 / 유미호
파리의 리버블리크 광장에서 1만 켤레의 신발전시가 있었습니다. 주제는 “My Shoes are Marching for me, 내 신발이 나를 대신해 행진합니다" 였습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파리)를 앞두고 일어난 테러로 막힌 기후행진을 달리 진행한 것인데, 제대로 된 내용이 담긴 기후 협약이 타결되길 바라는 세계 시민들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총회 기간 내내 이 같은 움직임은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기후 정의’와 ‘1.5도 목표 합의’를 기원하면서 작년 리마총회(COP20) 이후 시작된 ‘기후 금식’을 마무리하는 날에 가족, 친지, 신앙공동체와 함께 즐기게 한 ‘100%의 재생가능 에너지’와 ‘화석연료 없는 세상’을 향한 축제는 물론, 에큐메니칼 미사와 떼제 기도회 그리고 우리나라 종교인들이 총회장 안에서 진행한 침묵순례는 ‘지구에게 가장 중요했던 두 주간’에 의미를 더하였습니다.
결국 이번 총회는 ‘파리 기후 협약’이 합의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협약문은 2020년 이후부터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면서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의 구속력 있는 법전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총회에 참석했던 57개 환경, 여성, 종교,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기후행동2015’과 더불어 그 내용에 감사하면서 남겨진 과제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이 요구해왔듯이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도보다 ‘훨씬 작게’ 제한하되 섭씨 1.5도까지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점은 높이 평가할 사항입니다. 몇 년 동안의 총회 때마다 큰 쟁점이 되었던 ‘손실과 피해’ 메커니즘이 협약문에 포함하고 2025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목표가 설정된 것 역시 그러합니다. 다만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s)'와 이번에 합의한 감축 경로 사이에 큰 격차가 우려되는 사항인데, 2018년 당사국 간 대화를 통해 장기감축목표 실현방안을 모색하도록 했으니 더욱 힘있게 목소리를 내어 볼 일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기후 대응성적이 최하위권(기후변화대응 성적 58개국 중 54위) 국가이니 서둘러 책임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최대한의 역량과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또 함께 이루어가야 할 것입니다.
귀국 길에 전환마을이자 자연주의 마을로 알려진 영국의 ‘토트네스’ 마을에 며칠 묶었습니다. 총회 기간 동안 매일 저녁 6시 마을 광장에서 항아리에 든 촛불을 들고 나와 10분간 침묵기도하고 있어 참석했는데, 작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한국 교회 안에서도 기후 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피조물을 위한 기도가 아름답고 힘 있게 일어나게 되길 기도합니다. 마을 내 슈마허 대학에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행동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만 유용하다, To talk about the future is useful only if it leads to action now."(E.F. 슈마허)’라고 쓰여 있었던 글귀가 기억이 납니다. 우리의 기도가 곧 기후 행동이 되어 지구 동산을 기후 위기로부터 구해내길 더불어 기도합니다.
* 2015년 파리기후총회를 다녀와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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