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면 딸기를 진창 먹고 싶습니다. 어릴 적 친구네 집 딸기밭이 그립습니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 내가 살던 집은 서울시 외곽에 위치했습니다. 도로를 건너 언덕길을 달려 올라가면 몇몇 단독주택들이 있었습니다. 피아노 선생님 댁에서 피아노를 치고 나오면, 돌아오는 길에 딸기밭이 있는 친구네 집을 간혹 들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무슨 전원주택 같이 예뻤습니다. 그 집 마당에 빨간 딸기가 덩굴덩굴 고랑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 딸기를 먹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딸기밭이 아직도 내 머릿속 추억의 앨범에 확실히 한 장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집 현관문을 열고나서면 쫙~ 펼쳐지는 딸기밭! 무성한 초록 이파리 사이로 빨간 딸기가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모릅니다. 그 딸기밭 친구네 집에서 집 쪽으로 달려 내려오다 보면, 정말 꿈같이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습니다. 어느 병원의 정원이었는데 나중에 커서 보니 그렇게 크진 않았습니다. 어린 나에게는 미로 같이 숲길로 이어진 어마어마하게 큰 정원이었지요. 그곳에 들러서 또 한참을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이 딸기밭 추억의 영상은 60살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주 생생한데요, 딸기밭은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한 그림이 되어 내 오랜 꿈이 되었습니다.
농사를 시작한지 3년 차, 갖가지 작물을 실험적으로 심어봤지만, 아직도 딸기는 심어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딸기들이 이미 겨울부터 마트에 줄지어 나와 있었습니다. 비싸기도 참 비쌉니다. 진탕 먹어볼 수가 없습니다. 3월이나 4월이 되어 딸기를 마음껏 먹어 볼 수 있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딸기는 철 지난 과일이 되어버린 세상입니다.
이제는 도시인들을 위한 유통 구조 속에서 유통업자는 돈을 벌어도, 정작 생산자인 농민들은 제대로 그 대가를 얻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농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철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작물들에 많이 집중합니다. 바로 비닐하우스 작물들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에너지를 써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도시인들이 원하는 먹을거리를 게절을 가리지 않고 시장에 쏟아냅니다.
현대 과학 기술은 우리 하나님이 설계하신 그 과일의 생장에 필요한 환경 조건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정부는 비닐하우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엄청난 자금을 5%도 안 되는 농민들에게 큰 맘 먹고, 저금리 이자로 대출을 해줍니다. 귀농인들까지 비닐하우스에 주택 건축 자금까지 대출을 받아 아주 위험한 농업을 시작합니다. 한편, 그 95%의 도시인들은 원하는 먹을거리를 철없이 공급받습니다.
겨울과 봄에 밥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채소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며 따사로운 햇살과 풍요로운 땅의 기운, 감미로운 바람결을 느껴보지 못합니다. 우리가 요즘 마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채소는 우리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 멀어져 생명력이 떨어지는 것들입니다. 봄에 씨앗을 뿌려 초여름이 되어야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들이 사시사철 마트에 넘쳐납니다. 땅에도 안식년이 없고 농부들에게도 안식년이 없습니다. 그런 땅이 내어놓는 먹을거리들은 생명력이 쭈그러듭니다. 한 술 더 떠서 유전자를 변형시켜 엄청난 양의 제초제를 뿌려 가며 더 빨리 더 많이 거둡니다.
그날에 내가 응답할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나는 하늘에 응답하고/ 하늘은 땅에 응답하고/ 땅은 곡식과 포도주와 올리브기름에 응답하고/ 이 먹거리들은 이스르엘에 응답할 것이다(호세아 2:21~22/새번역)
우리 이스르엘은 이 먹거리들을 통해 하나님의 응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점점 더 하나님과 우리가 만날 생명의 통로인 먹을거리들을 오염시켜왔습니다.
더군다나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구조는 위험하기 짝이 없지요. 이미 농산물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는데요, 사드 문제로 중국 정부의 비공식적 압력이 여러 형태로 가시화 될 것입니다. 우리도 시민운동 차원에서 중국 농산물 불매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입니다. 외교 문제는 이제 우리 경제의 뿌리에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4월입니다.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산들을 바라보며, 추상적으로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라고 느낀다면 우리 하나님이 얼마나 안타까워하시겠습니까? 주말농장을 해보거나 도시의 공터나 가까운 곳에 텃밭을 꾸며봅시다. 우리 먹을거리를 조금이라도 손수 길러먹어봅시다. 그 속에서 우리 하나님의 숨결을 가까이 느껴봅시다. 우리가 심고 길러서 먹는 생명들이 우리의 생명을 만듭니다.
이제 감자를 심으러 가야겠습니다. 농부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계절이 되어서 빨리 글을 끝내야겠습니다.
* 글쓴이 김귀한 님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의 살림코디로 대전산성교회 권사입니다. 지난해 농사지으며 쓰신 글로, 현재 항암치료 중에 있습니다. 온전히 치유됨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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