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의 여름스콜레가 지난 8월 20일에 온라인리트릿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승무 박사의 순환경제 강의(강의자료와 다큐소개 파일 - 별첨) 후,
지난 6월 포럼의 후속작업으로 '포스트코로나시대, 생명문명으로의 전화' 신학문서을 채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포스트코로나시대의 지구돌봄'을 위한 서클로 서로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우리의 과제를 나누었습니다.
* 전체 행사 개요 - http://pf.kakao.com/_rmExdC/52848444
1. 강의 및 질의응답 : 순환경제 (진행 : 이박행 목사, 발표 : 이승무 박사(순환경제연구소장)
* 다큐 '가을과 겨울' (한글자막) 소개 : https://eco-christ.tistory.com/676 다큐멘터리 <가을과 겨울>은 인류가 발달시켜온 산업문명이 계속 번영할 수 없으며 쇠퇴와 종말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고, 인류에게 추운 겨울과 같은 시련이 닥치기 전 이에 대비하여야 할 때라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그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도 보여줍니다. <제국문화의 종말과 흙의 생태학>(The Final Empire)의 저자 윌리엄 코키가 직접 출연하여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줍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파국적인 환경 변화의 원천을 이해하도록 과거로 돌아가는 여정을 펼칩니다. 맷 앤더슨 감독은 1만6천 마일을 여행하며 우리의 현대 산업 세계와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현장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인류학자와 생태건축가. 심리학자,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가장 진보적인 사상가들이 인류와 지구의 역사 이야기를 집단적으로 재창조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절실하게 필요한 길을 비추어줍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과 한국생명신학포럼 그리고 순환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절박한 생태위기의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성찰하고 미래의 전망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보여주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의 한글 자막판을 준비하였습니다. 21세기를 위한 생존 안내자인 <가을과 겨울>은 맷 앤더슨 감독을 비롯한 모든 분들의 수고로 제작·준비되었습니다. 코로나와 기후변화로 초래된 문명의 위기 앞에 지구상의 모든 생명과 공존하는 생명평화의 영성으로 많은 이들의 의식이 깨어나서 생태문명과 평화운동의 길로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
2.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신학문서 채택 (진행 : 정원범 교수) - 하단 문서 내용 참조
3. 코로나시대의 지구돌봄서클 (진행 : 유미호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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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신학문서>
<우리의 신앙고백>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 4:18-19)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함이라”(엡 1:22)
<코로나 19 위기 앞에서>
1.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8월 15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9만4천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17일 기준으로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가 2154만 명, 사망자도 76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540만 명, 사망자는 17만 명이고, 브라질은 확진자가 334만 명, 사망 10만 명이고, 인도는 확진자가 258만 명, 사망자 5만 명 정도라고 하니 코로나 19는 "우리 시대의 완벽한 대유행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고, 과연 “우리가 알던 세상은 끝”이 났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2.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적 충격은 실로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한 달에 3,750억달러(약 444조2,000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고, “2년간 누적 손실은 12조달러(약 1경4,214조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존의 위기에 점점 내몰리고 있다.
3.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동물의 서식지인 숲을 파괴하고 동물들을 괴롭히면서 자연 생태계를 파괴해온 인간의 잘못된 삶의 결과이다. 따라서 코로나 19 사태는 그동안 우리가 살아 왔던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온 문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문명전환>
4. 하나님의 창조세계(자연)가 심하게 병들었다. 우리의 지구는 더 이상 ‘건강한 지구’가 아니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기온이 21세기 말쯤에 가서 산업혁명 때보다 4~5도 정도 오른 뒤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것은 재앙적 수준이다. 지금은 매우 위중한 시기다. 성서적으로 지금은 노아의 홍수 직전의 시기다.
5. 지금 인간의 문명(文明)이 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생명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초미세 바이러스에 의해 무너졌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사람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다윗 왕의 반지 속 글귀를 기억하며 속히 과거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하지만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은 어디에도 없다. 박쥐가 평화롭게 잠자고 있던 숲속의 동굴 앞까지 불도저로 길을 뚫은 과거 우리의 일상은 결코 평범한 일상이 아니었다. 곧 쓰레기가 될 물건을 무한히 생산하고,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부추기며, 기후변화를 불러일으킨 과거 우리의 이른바 ‘평범한’ 일상이 지금 이 재앙의 원천이다.
6. 정교회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의 말처럼,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생태적 위기’가 아니다. 지금 위기는 우리의 ‘태도의 위기’다. “우리는 지구를 창조주 하느님의 선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지구를 무신론적으로 다루고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태도가 본질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현재 문명의 근본 태도를 물어야 한다. 생명과 자연(창조세계)에 대한 기본자세를 물어야 한다. 태도나 자세는 형식이나 겉모양이 아니다. 그것은 본질이고 내용이다. 본질이 바뀌어야 문명이 바뀐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인간과 자연의 연계성을 망각하고 사람의 생각과 에너지를 온통 소득과 소비와 경쟁에 쏟아붓도록 강요하는 문명은 대단히 예외적이다. 우리는 이 예외적이고 특권적이며 오만한 지금의 자세와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문명전환의 시작이다.
7. 지금 우리의 문명이 잃어버린 것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거룩하고 신비롭게 볼 줄 아는 깊고 푸른 눈이다. 자연을 성례전(聖禮典, sacrament) 혹은 성사(聖事)로 보는 영적 눈이다. 성찬용 빵과 포도주만이 거룩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천지만물이 다 거룩한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로마서 1:20)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하나님의 집’(oikos)이다. 하나님은 그 안에 거하신다. 지금 호모 사피엔스가 이룩한 소위 문명은 이런 영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인간과 지구 사이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생명의 어울림’을 다시 상상할 수 있다. 거기에서 문명의 전환은 시작된다.
<순환경제>
8. 코로나 발생 이후 통관 검역의 문제로 세계 무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서유럽에서 1400년대 이후 계속되어 온 국제무역의 확장 추세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주춤하게 되었다. 이런 사태는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 없다. 자연이 인간사회에 가할 수 있는 충격의 수단은 인간이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엄청나게 많이 있고, 인간사회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코로나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에 코로나가 아니라 해도 다른 전염병의 계속적인 창궐에 의해 국제적 거리두기가 일상사가 된다면, 국제 분업 체계로 이어져 온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불가피하게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 지역, 구체적으로는 유역(流域)을 단위로 한 물질순환 체계가 국제무역체계와는 정반대 방향의 대안이다. 1400년대 이후의 세계 경제의 역사적 과정을 복기해 보면서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고 해도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도달할 수밖에 없는 종착점을 생태사회주의 사상가들의 이론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9. 지금 한국경제가 살 길은 물량 중심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국제 분업 시스템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의 생명력은 계속 고갈된다. 특히 인적 자원 문제가 심각하다. 곳곳의 자연환경 파괴 역시 자연을 생계의 기반으로 돌보지 않는 수출중심의 성장 일변도 경제가 가진 문제점이다. 코로나는 일단 이런 구조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로부터 본격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원재료와 에너지원을 훨씬 더 적게 요하는 순환경제, 그리고 노동력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하는 사회적 경제(먹거리, 교육, 문화, 주거 등)와 일터 민주주의에서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공중보건과 한국교회>
10. 코로나 19의 세계적인 유행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등한시 한 현재의 사회개발이 더 이상 지속하지 않다는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사회전체의 시스템에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데, 교회를 통한 소규모 집단 감염의 확산과 더불어 모이지 못한 교회의 모습을 통해 기존 교회의 모습에 큰 위기가 찾아 들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는 방향을 잃었다. 탐욕적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교회 세습이 이뤄졌다. 교회의 이중적인 태도로 교회의 신뢰는 곤드박질 쳤다. 비전 제시없이 교회 성장만 강조하고 있는데, 코로나 19로 모이지조차 못하니 이제 교회의 무기력한 모습이 코로나 19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교인들은 썰물과도 같이 교회를 빠져나갈 것이다.
11. 공교회로서의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기복신앙, 교회중심적 신학을 버리고 하나님의 나라 신학, 공공신학을 가지고 공교회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과거 선교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교육, 의료, 복지기관을 사유화하지 말고 공기관으로 시민들을 섬기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는 한국교회에 정신을 차리도록 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K-방역으로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함으로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리딩국가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주의 가치 존중, 시민 참여, 개방과 투명성, 공공성, 민관협력 등이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이것은 우연한 것이 아니며 촛불혁명의 힘이며,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이룩해낸 저력이 발휘된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은혜이다.
12. 한국교회는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한국사회의 저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소외와 배제가 없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공교회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보건과 돌봄의 위기 앞에 교회가 나서길 제안한다. 지역공동체를 돌보기 위한 사회적 경제 발전에 교회가 솔선해 나서야 한다. 각 교회마다 돌봄의 현장을 가지길 제안한다. 5명이면 돌봄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기에 돌봄협동조합을 설립해 그 지역에서 가장 소외된 현장을 찾아 이들을 돌보는 돌봄사역을 시작해야한다. 그 지역에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등 여러 협동조합과 협력하며, 지역공동체를 돌보는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 교회가 사회의 위기 앞에 책임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회목회>
13. 코로나 19는 우리가 살아가는 많은 부분에 새로운 도전과 성찰을 하게 한다. 크게는 문명사적 대 전환을 경험하며 인류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고(New Nomal) 교회와 우리의 신앙생활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에 따른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맞이하고 대처해 나가는가에 따라 교회는 매우 중요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와 압박들 앞에서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고 교회가 부여받은 사명을 이루어 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더욱 복음적 성찰과 시대를 읽어가는 밝은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14. 코로나 19는 전통적 가치를 가지고 오랫동안 지켜왔던 주일, 예배당, 성직자 중심의 신앙에서 일상의 삶과 가정과 일터 그리고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앙공동체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고, 교회의 존재와 본질을 회복하도록 도전이 되었다. 코로나 19는 우리의 신앙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며 순응과 적응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도전들 앞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숭고한 사명과 시대와 역사 속에 세워주신 교회의 모습을 지켜내고 살아내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그 마음으로 기도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서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복지목회>
15. 2019년 12월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발생된 이후 한국사회의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온 분야 중에 하나가 사회복지계이다. 특별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포용적 복지국가의 기조 아래 보편적 복지를 사회복지계의 기조로 잡고 있었다. 국민의 복지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사회복지는 일반적으로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이고, 국민적 정서가 보편적 복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 19 사태가 재난지원금이라는 보편적 복지의 논의를 불러일으키더니 결국 실행되었다. 복지계에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 단순간에 일어났다. 대한민국 역사이래 전 국민이 국가에서 주는 서비스를 체험했고, 보편적 사회복지가 단순히 소비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경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 선순환 경제를 위한 소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16. 또 하나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사회복지의 공적 전달체계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 보편적 사회복지 영역이었고, 이와는 달리 극명하게 다른 차원이 있었는데 국민의 협력과 헌신, 열정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자원봉사를 포함한 민간영역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 한국교회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라고 우리는 깨닫게 되었고, 이제 한국교회는 지역의 약자를 위해 존재하고, 더 나아가 지역공동체 운동의 중심이 되지 않고서는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약자를 위한 도움 행동과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공동체 운동의 영역을 시급히 만들어 나가야 하고, 특별히 사회복지 영역을 넘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영역은 한국교회가 함께 해야 할 영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선교>
17.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우리는 지금 연일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한 ‘지구 안식년’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비록 강제적 멈춤이 가져다준 것이지만, 하늘과 강은 맑아졌고 목표수치에 불과할 거라 생각했던 지구 온도 상승도 상당히 억제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이요, 지나가더라도 변형되어 반복될 것이란 예측이다.
18. 온전히 멈추게 하려면 창조세계를 파괴하고 우리 중심으로 자연을 길들여온 삶을 되돌이켜야 한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코로나 19보다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위기요 종의 멸종으로, 살인적 폭염과 폭풍, 가뭄과 홍수, 산불, 해수면 상승과 식량문제 뿐 아니라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이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미래의 일로 여기고 있다. 인류에게 응급을 알리는 경고등이 수도 없이 켜졌지만 긴급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19라는 위급 상황을 만나 오히려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용기, 비닐봉지와 포장재 쓰레기만 더 늘려가고 있다. 그래도 이번 코로나 19의 재앙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지구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대응한다면 위급상황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구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서둘러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고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행동의 시작은 하나님의 생물종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로부터 해야 한다. 사라져가는 생물종 자체의 보존뿐 아니라 숲이나 바다 등 그들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일이 급하다.
19.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을 제대로 묵상하며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동하는 일상은 물론, 산업과 발전 그리고 산과 강과 바다를 개발하면서 배출해온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고, 우리의 일상과 사회시스템을 온실가스(탄소) 제로를 향해 전환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물쭈물할 새가 없다. 지구의 생태용량을 기억해내고, 석탄발전과 원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최선을 다해도 10년 내 이산화탄소를 45% 줄일 수 있고, 2050년까지 순제로를 이룰 수 있을까 말까다. 모두가 하나님 안에서 공존하는 법을 깨달아 서로 지지하며 연결됨으로, 코로나 19 이후의 삶을 지속시켜낼 지구 생명공동체는 유지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해외선교>
20. 코로나 19 팬테믹이 가져온 변화는 다각적이다. 그 가운데 어떤 점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을까? 세상을 당신과 회복시키시며 상호 간에 새로운 통일과 질서를 불러일으키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해서 교회가 주목해야 할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글로벌 차원에서 사회 관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21.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은 불과 반년이 안되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사람들이 한 가지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과 경제를 누가 지켜줄 것인가?” 이런 자기중심적 사고는 늘 있던 것이지만, 사회적 규범으로서 늘 존중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자기중심적 사고는 개인의 인지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사회적 규범으로서도 급격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지적 차원으로 넘어, 규범적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일어날 때 이는 곧 법과 규칙적 차원에서의 제도적 성격을 띄게 된다.
22. 자기중심성의 규범화와 제도화 가운데 전 세계 사람들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인간관계 안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경제적 활동을 위한 계약 관계, 둘째,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나 제도적 권위에 대한 순응, 셋째, 생태, 보건, 평화 등의 글로벌 공공재를 위한 협력 등 필요에 의한 관계들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친밀성의 교제가 최소한의 규모로 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 이런 현상적 변화 가운데,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은 고백적 규범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신앙으로 이런 변화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선의와 공의를 새롭게 드러내신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크리스천들은 개인적으로 또 공동체적으로 이 변화 가운데서 복음의 새로운 성찰과 적용을 통해서 그동안 간과했던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발견하고 더 풍성하게 증거하는 계기로 삼는다.
24. 개인중심성의 규범화 가운데,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의 성장이라는 복음을 주목하며, 경제적, 공공적 관계 속에서 교회 안에 머물던 복음을 세상 가운데 가져가야 함을 생각한다. 특별히 성직자와 종교 중심으로 진행되던 복음증거가 평신도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서 인간 문화 속 하나님 나라의 통치에 대한 소식으로 이어져야 함을 성찰한다. 또한 교회 공동체가 제도적인 틀을 뛰어넘어 진정한 관계성에 기초한 코이노니아를 재발견하며 세상 속에서 작은 관계로 새롭게 형성되어 실천되어야 한다.
<시민운동>
25. 인간의 탐욕과 인간중심적 개발로 인한 생태계의 위기가 우리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북극빙하 붕괴, 남극 오존층 구멍 등을 보며 롬 8:22의 피조물들의 탄식과 고통을 떠올렸는데, 코로나19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생생하게 와 닿는 현실이 되었다.
26.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는 대구시의 대응을 보면서 지방정부의 혁신을 요구하게 되고, 사회적 소유를 통한 사회적 경제 확대 등 경제구조의 혁신도 요구되며, 세대갈등의 증가와 개인주의심화, 차별과 혐오확대로 사회적 관계의 재정립도 요구된다.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는 예배형식의 변화에 따른 지역교회라는 전통적 교회관의 변화가 예상되며, 전통적 교회관의 변화에 따른 신앙생활형태의 변화도 예상된다.
27. 코로나19 이후의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의제의 변화와 시민운동실천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사회적 재난대응 시 민주적 민/관 거버넌스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시민운동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사회적 재난상황 시 사회적 안전을 위해 개인의 인권을 어느 정도 희생/보류해야 하느냐는 사회적 안전과 인권의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고,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는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익숙해 있던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의 회의, 운동방식에서 이미 시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남‧여‧노‧소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SNS방식의 회의, 운동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28. 또한 이점에서 한국교회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교회 구성원 각자의 관심사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분야, 영역의 시민운동으로 연결해서 지원도 하고, 견제도 하는 것이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요한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또한 (기독)시민단체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으로 한국교회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 부문에 대해 의미 있고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향하여>
29. 오늘날 코로나19 사태는 생태계를 착취하고 약탈하면서 지구의 생명체계를 파괴해온 제국주의 문명이 초래한 생태위기와 기후위기의 결과였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인간의 문명을 생명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자연)을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30. 코로나 사태와 기후 위기는 인간의 문명이 생태계 파괴를 당연시해왔던 인간중심적인 문명의 결과였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풍성한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우리는 인간중심적인 문명을 지구중심적, 생명중심적 문명으로 바꾸어야 함과 동시에 인간의 안녕(행복)이 자연의 안녕(행복)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31. 코로나 사태는 인간의 문명이 무한 개발과 무한 성장, 무한 생산과 무한 소비,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탐욕적인 문명이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유한한 인간으로서 우리는 본래적으로 한계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32.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세계관이 영혼과 육체,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을 분리시키고 후자에 대한 전자의 지배를 정당화시켜온 이원론적인 세계관이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우리는 이원론적인 지배의식을 버리고 통전적인 평등의식을 가져야 한다.
33. 코로나 사태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너무도 교회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어서 기독교의 공적인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따라서 생명의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 한국교회는 교회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기독교의 공공성 회복과 사회적 책임 수행의 근본 토대가 되는 하나님나라 신학(또는 공공신학)을 추구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독교 신앙의 주가 되시는 예수님의 사역과 가르침의 핵심이 하나님 나라였기 때문이다.
a. 코로나 사태는 한국교회가 교회중심적인 사고에 갇혀 있어서 사회문제, 경제문제, 기후문제 등이 선교의 과제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고, 또한 그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하지도 못했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 하나님나라 신학을 토대로 하여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참여적이고, 사회책임적이며, 역사변혁적인 사명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b. 코로나 사태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지나치게 개교회 중심적이고, 교회성장주의적이어서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나 생태학적 고통에 대해서 책임 있는 응답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와 세계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반생명적이고, 반평화적인 현상에 대해 책임있는 응답을 하지 못했음을 가르쳐주고 있다. 특히 최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의 광화문집회는 국가의 방역체계를 무시하고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반생명적 행위였음을 부끄럽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 신학을 토대로 하여 하나님의 자유와 평등,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 하나님의 생명과 평화가 꽃피는 세상, 사회적 약자들이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는 공존, 상생의 신학을 추구해야 한다.
c. 코로나 사태는 한국교회가 지역사회 공동체, 국가공동체, 인류공동체, 지구공동체 의식을 갖지 못했음을 가르쳐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 친밀한 사귐을 나누는 가운데 상호관계적인 공동체로 존재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본받아 교회공동체, 마을공동체, 한국공동체, 인류공동체, 지구공동체 형성(또는 지역사회, 세계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의식, 세계시민의식, 공공의식, 공감의식, 연대의식 등의 형성)을 지향해나가야 한다.
d. 코로나 사태는 기독교가 일상의 예배를 소홀히 여기면서 회집예배만을 강조한 잘못이 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우리는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내가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사1:13)는 말씀과 “공의와 정의를 행하는 것은 제사 드리는 것보다 여호와께서 기쁘게 여기시느니라”(잠 21: 3)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주일예배의 소중함 못지않게 일상에서의 삶의 예배의 소중함도 인식해야 한다.
e. 코로나 사태는 일부 목회자들이 코로나19가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파악하려는 노력도 없이 무조건 회집예배만을 고집하여 다수의 확진자를 양산함으로써 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잘못이 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목회자는 신학공부 외에도 사회현상에 대한 책임 있는 응답을 하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34. 바라기는 우리 한국교회가 인간의 잘못된 삶의 결과로 나타난 코로나19의 위기를 통해 그동안의 잘못된 의식과 세계관, 잘못된 삶의 태도와 방식들을 바꿀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위기 속에 있는 한국사회의 희망으로 거듭나게 되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총 무 이박행
신학문서 집필위원회 위원장 정원범
신학문서 집필위원회 위원:
김승무대표, 김의신목사, 유미호센터장, 이승무소장,
이준모목사, 임종한교수. 장윤재교수, 정원범교수, 조샘대표
2020년 8월 20일
※ 본 문서는 2020년 6월 4일 광교산울교회에서 “코로나 19 이후 한국사회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열렸던 제4회 한국교회 생명신학포럼에서 발표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문서이다. 포럼이 끝난 이후에도 발표내용들이 좋아서 여러 교회에서 다시 들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용을 요약해서 문서로 정리하면 앞으로 한국교회가 미래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여 신학문서를 만들게 되었다.
※ 2020년 6월 4일, 광교산울교회에서 열렸던 제4회 한국교회 생명신학포럼 행사 주관단체
- 공동주최: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 공동주관:교회와사회연구소,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
- 연대후원: 가까운교회, 광교산울교회, 광주다일교회, 더불어숲동산교회, 사랑누리교회, 삼일교회, 서울영동교회, 성지골주민교회, 에덴정원교회, 일산은혜교회, 전주열린문교회, 천봉산희년교회, 청량교회, 청주쌍샘교회, 하늘샘깊은샘교회, 경주숲속생명의원, 새숨병원,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사회적협동조합 희년, 성서한국, 예장합동 순천노회 환경부, 인권시민실천행동, (사)인천 내일을 여는 집,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한국그리스도교일치포럼.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KECN), 한국인터서브선교회 (이상 28개 단체)
※ 지난 포럼 행사 발표된 내용 (영상과 자료집) : https://eco-christ.tistory.com/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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