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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야기

주일만큼이라도 종이컵 대신 텀블러!

by 살림(교육센터) 2019. 3. 6.

봄이다. 꽃피는 봄. 벌써 사람들은 올라오는 새 잎들과 꽃들에 마음이 설렌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흙을 뚫고 여기저기 올라오는 수많은 싹들에,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걷기를 즐긴다.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건 일회용 컵을 들고 다니는 이들이 점점 는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테이크아웃 문화가 점점 확산되어, 주요 건물은 물론 길거리 곳곳에 매장 없이 테이크아웃만 전문으로 하는 카페가 늘어나다 보니, 버려지는 일회용 컵들이 만만치 않다.
사실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관리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2002년 시행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 듯했지만, 2008년 폐지된 후 그 소비량은 1년 새 45%나 증가했다. 좀 더 시행했더라면 어땠을까? 다시 시행하면 어떨까? 정부는 현재 다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른 제도라면 문제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보게 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테이크아웃이 익숙한 상황에서 매장 내에서만 다회용 컵을 사용하게 한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환경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를 시작한 후 플라스틱 컵은 다소 줄었지만 종이컵 사용량은 오히려 늘었다. 종이컵은 지난 해 봄 쓰레기대란 이후 시행되고 있는 폐기물 관리대책에 빗겨나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일회용 종이컵 사용에 별 관심이 없다. 종이니까 분리배출을 잘 해서 재활용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이컵의 1년 사용량 230억 개(플라스틱컵 17억 개) 중 단 1%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재활용률이 낮은 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이 컵 안쪽에 붙어있는데, 다른 종이나 종이상자와 같이 버려져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매립, 소각되고 있는데, 그 처리비용만 수 십 억이 넘는다.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 이상으로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이컵의 종이는 천연펄프로 원가의 2분의 1 정도가 물과 에너지이다. 우리가 쓰는 펄프의 80%, 약 8만 톤 정도는 수입되는 것이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컵으로 인해 50cm 이상 자란 나무 1,500만 그루 이상이 매년 죽어가고 있다.
우리 교회들은 어떤가? 테이크아웃 문화에 익숙하지는 않은가? 우리 교회에서 주일 날 사용한 컵의 양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되는 나무의 목숨 값일까? 주님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지 말고, 생명을 더하고 더 풍성히 누리게 하라(요 10:10)”고 하셨는데, 그 값은 치루고 쓰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 나무들이 이루고 있었던 숲이 사라진 만큼, 이산화탄소는 늘었고 지구 온도는 더 올라갔다. 그 값만큼 우리의 일상에서 정원을 숲을 만들고 가꿨더라면 지금보다 숨 쉬기 편했을 뿐 아니라 지구의 미래도 주님의 마음도 훨씬 밝고 환할 텐데.
하나님이 맨 처음에 불어넣어주셨던 첫 숨을 기억하면서, 교회가 먼저 앞장서게 되길 바래본다. 내가 나 되게 하신 하나님의 첫 숨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종이컵으로부터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 발생을 줄이게 되길 바래본다. 교회 내 카페는 물론, 업무 및 모임 공간에서나 행사 때 사용하던 일체의 종이컵을 자신만의 컵(텀블러)로 바꾸게 하고, 모임용 공용 다회용 컵을 살균기와 더불어 구매하여 대여하는 방식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주일 날 교회 카페운영자가 한꺼번에 사람이 몰려들어 도저히 종이컵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면, 주일 하루 컵을 빌려 사용하고 반납하도록 해도 좋을 것 같다. 카운터 앞에 작은 세척기를 두어 각자 세척하게 해도 좋을 듯하다.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위한 벌크형 차 주문에 대한 대비도 해둘 필요가 있다. 한 동안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종이컵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못하면 세상도 해낼 수 없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커피전문점 내 종이컵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는 하나, 한 생명도 소외됨 없이 쉼을 누림으로 회복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지 않은가. 그리스도인들마다 주일만큼은 다회용 컵이나 자신만의 텀블러로 목마름을 채우며 자신과 세상의 영적 갈증도 가득 채워가게 되길 기도한다.

- 글 /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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