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코디들과의 새해를 여는, DMZ 생태평화길 걷기 및 창조영성 리트릿
살림 코디들과 함께 새해를 여는 리트릿을 지난 16-17일에 다녀왔습니다.
DMZ로 향하는 발걸음부터 기쁜 순례였습니다. DMZ 안의 임진강변은 다양한 생명력으로 우리를 맞이했고, 그 생명들의 숨결에 우리의 발걸음이 절로 멈추었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는 분단의 상처마저 새로운 생명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마식령에서 시작된 임진강은 남과 북을 잇는 생명의 다리가 되어, 난대와 한대의 식물들이 어우러진 특별한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겨울 찾아온 두루미들이 얕은 물가에서 보여주는 고요한 춤사위는 우리 모두에게 평화로운 풍경을 선물했습니다.
점심 후 숙소에서 잠시 쉬고 덕진산성으로 향했습니다. 각자 말씀을 가슴에 품고 걸었는데, 그 침묵의 시간은 올 한 해 365일을 걸어갈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품고 걸은 말씀은,
"보아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이니,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보아라. 내가 예루살렘을 기쁨이 가득 찬 도성으로 창조하고, 그 주민을 행복을 누리는 백성으로 창조하겠다(이사야서 65장 17-18절)" 이었네요.
저녁에는 둘러앉아 2025년의 하루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을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며 서로를 지지했습니다. 하나하나의 기대외 다짐이 모여 살림을 이룰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프레드릭'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의식과 행동을 성찰하는 그룹영성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 기후중보 기도시간을 통해 이어질 이 의미 있는 나눔이 기대됩니다.
눈이 쌓인 길이 미끄러울 것 같아 감악산 대신 율곡수목원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도 뜻밖의 선물을 만났습니다. 정상에서 임진강변을 바라보며 기도하려 했던 원래 계획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순간 자체로 충분히 좋았습니다.
2025년 새해, 때로는 계획과 다른 길이 더 큰 축복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햇살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으며 곁의 들쥐들과 함께 깨어났던 프레드릭처럼, 바람 따라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새처럼, '나와 우리, 살림'도 하늘의 바람 기류를 타고 나는 날들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