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림 문화 이야기

살림, 교회를 만나다②] 서울중구 창조세계돌봄 선교공동체_경동+서울제일+약수교회

by 살림(교육센터) 2026. 9. 23.

[살림, 교회를 만나다②]

한 교회를 넘어, 마을의 생명을 함께 돌보다

- 경동교회 · 서울제일교회 · 약수교회가 함께 걷는 ‘중구 창조세계돌봄 선교공동체’

서울 중구에는 저마다 다른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교회들이 오랫동안 지역과 함께 살아왔다. 그 가운데 경동교회, 서울제일교회, 약수교회가 요즘 새로운 이름으로 서로를 만나고 있다. ‘중구 창조세계돌봄 선교공동체’다.
세 교회는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창조절과 생태교육, 햇빛발전소, 제로웨이스트 공간, 탄소금식, 줍깅과 자원순환 등 서로 다른 실천을 이어왔다. 이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 세 교회 사이를 잇고 만남과 배움, 공동실천을 촉진하면서, ‘우리 교회가 잘하는 일’을 넘어 ‘우리 동네의 생명을 함께 돌보는 교회’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번 「살림, 교회를 만나다」에서는 경동교회 임영섭 목사와 이정규 전도사,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목사와 김요한 목사, 약수교회 박원빈 목사와 장한 목사, 그리고 세 교회 선교위원회가 들려준 이야기를 한자리에 담았다. [편집자 주]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은 교회 자신을 돌보는 일입니다”

세 담임목사에게 가장 먼저 물었다. 왜 교회가 창조세계를 돌보아야 하는가.
 
경동교회 임영섭 목사는 교회와 창조세계의 관계를 ‘바다와 물고기’에 비유했다. 교회와 사회 모두가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은 교회 밖의 어떤 대상을 돕는 일이 아니라, “교회가 살아가는 세상을 돌보는 일인 동시에 교회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자연과 생태뿐 아니라 정의와 평화까지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하나님의 집’의 문제다. 임 목사는 교회를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교회는 오히려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와 같다. 바다가 망가지면 물고기도 살 수 없듯, 창조세계의 위기는 곧 교회의 위기다. 그래서 창조세계돌봄은 교회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은 경동교회의 오랜 에큐메니칼 전통과 이어진다. 시대와 사회의 문제를 교회 울타리 밖의 일로 여기지 않아 온 교회라면, 오늘 우리 시대의 가장 긴박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신앙의 과제라는 것이다.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목사도 창조세계돌봄을 ‘별도의 환경운동’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생명과 이웃을 사랑하는 신앙의 실천입니다.” 정 목사가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기후위기와 정의의 관계다. 기후재난의 피해는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과 취약한 이웃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렇기에 창조세계를 돌보는 일은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생명과 정의에 관한 문제이며 오늘의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다. 서울제일교회가 민주화운동과 평화통일운동, 인권과 사회적 약자의 곁에서 오랫동안 시대의 아픔에 응답해 왔다는 점도 이 길과 맞닿아 있다. 정 목사는 사람과 사회를 향해 이어온 교회의 돌봄의 시선을 이제 인간을 넘어 모든 생명으로 넓히려 한다고 말한다.
 
약수교회 박원빈 목사는 창조세계돌봄을 부활과 화해의 복음에서 바라본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하나님과 세상을 화해시키신 복음을 삶과 지역사회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창조세계돌봄이라는 것이다. 인간만의 구원에 머무르지 않고 피조세계 전체의 회복을 바라보게 될 때 창조세계돌봄은 교회가 덧붙여 하는 일이 아니라 본질적인 선교의 사명이 된다.
세 담임목사의 언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곳에서 만난다.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은 환경에 관심이 많은 몇몇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가 오늘 살아내야 할 신앙이라는 것.

 

세 교회, 서로 다른 자리에서 이미 ‘살림’하고 있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 세 교회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확인하게 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세 교회는 이제 막 창조세계돌봄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오랫동안 자신들의 신앙과 역사, 교회 구성과 지역적 조건에 맞는 방식으로 실천해 오고 있었다. 그것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배우고, 연결하는 데서 ‘중구 창조세계돌봄 선교공동체’가 시작됐다.
 

경동교회 ― 예배에서 햇빛발전소까지, 교회 전체로 스며드는 생태신앙


경동교회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이정규 전도사와 생태환경위원회의 이야기를 들으면 ‘꾸준함’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경동교회는 매년 9월부터 11월까지 창조절을 지킨다. 교회학교에서는 생태교육과 숲 탐방, 탐조 활동을 하고 교회 주변과 갯벌에서 플로깅도 진행한다. 생태환경위원회에서는 생태 관련 책을 함께 읽으며 교인들이 생활 속에서 창조세계돌봄을 실천할 방법을 찾아간다. 
대표적인 실천은 햇빛발전소다. 경동교회만의 발전소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른 지역교회들과 연대해 햇빛발전소가 필요한 교회에 발전시설을 세우고, 발전 수익을 다시 새로운 햇빛발전소 설치에 사용한다. 한 교회의 전환이 또 다른 교회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정규 전도사는 이런 활동에서 무엇보다 “꾸준함과 반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 번의 캠페인으로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예배와 교육에서 창조세계와 생명의 이야기를 계속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또 기후위기의 막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짐처럼 지워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하고, 그것이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맛보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조세계돌봄이 의무가 아니라 신앙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삶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변화는 사람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처음에는 생태 문제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교인이 활동을 함께하면서 창조세계돌봄의 의미를 발견하고 생태환경위원장을 맡게 됐다. 어린이들도 작은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스스로 줍기 시작했다.  경동교회가 다음으로 꿈꾸는 것은 더 크다. 남산과 가까운 교회 공간에 계절과 생명을 만날 수 있는 생태공간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와 건축, 재정과 교육, 예배까지 교회 운영 전체에 생태적 기준을 적용하는 ‘탄소제로 교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서울제일교회 ― ‘나아지구’에서 시작하는 삶의 전환

서울제일교회에서 창조세계돌봄 사역을 담당하는 김요한 목사와  생명환경부가 먼저 소개한 곳은 교회 안의 작은 공간 ‘나아지구’다.
나아지구는 제로웨이스트숍이지만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생태선교사 김요한 목사는 이 공간을 “교회가 지역사회와 만나는 생태선교의 접점”이라고 설명한다. 물건 하나를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 우리의 소비와 생활방식을 돌아보고, 생명을 살리는 삶이 무엇인지 함께 질문하게 하는 공간이다. 
서울제일교회에는 햇빛발전소도 있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방의 미자립교회에 햇빛발전소 설치를 지원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교회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는 일이다. 에너지 전환이 개교회의 시설사업이 아니라 교회와 교회를 잇는 연대의 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김요한 목사는 생태선교의 어려움도 솔직히 말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고, 이를 지속할 사람과 재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환경에 원래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만의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거창한 행동을 요구하기보다 교인들이 일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접점을 끊임없이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나아지구는 물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주민들이 생태적 삶을 배우고 경험하는 지역의 생태선교 거점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특히 서울제일교회가 관심을 두는 것은 기후돌봄이다. 폭염과 한파 속에서 취약한 이웃의 안부를 살피고, 약자가 계속 약자로 남지 않도록 지역의 구조까지 함께 변화시키는 일을 고민한다.

 
약수교회 ― 걷Go, 나누Go, 함께 즐겁게

약수교회에서는 장한 목사와 환경선교부가 창조세계돌봄을 교인들의 생활 가까이 가져왔다.
출발은 약 5년 전 시작한 사순절 탄소금식이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탄소금식을 이어오면서 교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커졌고, 이것은 지역으로 나아가는 ‘걷Go 나누Go’ 줍깅 사역으로 발전했다. 녹색교회로 지정된 뒤에는 환경선교부도 별도로 세웠다.
약수교회다운 특징은 ‘즐겁게 참여할 방법’을 계속 찾아낸다는 데 있다. 유모차를 미는 젊은 부모부터 어르신까지 약 200명의 교인이 거리로 나와 함께 쓰레기를 줍고 지역주민을 만났다. 교회 로비에는 줍깅을 할 때마다 얼음 모양 스티커를 붙여 북극곰의 터전을 되살리는 ‘ICE-SAVING’ 게시판이 놓였다. 실천이 쌓일수록 빙하가 커지고 북극곰 가족의 집이 복원된다.
자원순환 공유테이블도 있다. 쓸 만한 물건을 자유롭게 내놓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간다. 물건을 내놓은 성도가 남긴 손편지에 누군가 “잘 사용하겠다”고 답글을 남기기도 한다. 물건을 순환시키는 일을 넘어 사람의 마음과 관계까지 연결되는 순간이다. 교회 카페 ‘0691’에서는 텀블러를 사용하면 500원을 할인한다.
장한 목사와 환경선교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활동을 행사의 재미로만 끝내지 않는 것이다. 사순절 탄소금식, 부활절과 환경주일 예배, 환경성경공부를 연결하고, 살림의 교육자료와 세대별 자료 등을 활용해 “왜 이것이 신앙인가”를 계속 묻는다. 그래서 약수교회의 한 문장도 선명하다. “우리 교회에게 창조세계돌봄은 신앙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살림이 그 사이에 서다

이렇게 보면 세 교회는 상당히 다르다. 경동교회에는 에큐메니칼 신앙과 생태환경위원회, 햇빛발전소의 경험이 있다. 서울제일교회에는 사회선교의 역사와 나아지구라는 지역적 접점이 있다. 약수교회에는 전 세대가 참여하는 탄소금식과 줍깅, 자원순환의 활력이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다름이 연대의 자산이 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세 교회가 각자 잘하는 것을 따로 수행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서로의 경험을 꺼내놓고 배우며, “중구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도록 연결해 왔다. 
경동교회도 앞으로 창조세계돌봄 선교공동체가 세 교회 안에 머물지 않고 살림을 비롯해 이미 이 일을 해오고 있는 기관, 다른 교회와 공동체로 네트워크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교회들이 함께 하나의 좋은 모델을 만들고 그 경험이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약수교회 역시 녹색교회가 된 뒤 환경선교부를 만들고 살림을 비롯한 전문기관과 협력하면서 활동이 좀 더 체계화됐다고 설명한다. 살림이 이 공동체에서 하고자 하는 일도 그런 것이다. 
세 교회를 대신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교회를 연결하고, 각 교회의 경험을 서로의 배움으로 바꾸고, 교회와 지역사회를 이어 공동의 실천이 생겨나게 하는 일. 어쩌면 ‘살림’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역할이기도 하다.

 

“아직은, 만남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합니다”

중구 창조세계돌봄 선교공동체가 지금까지 한 일 가운데 무엇이 가장 의미 있었는지 물었을 때, 경동교회 이정규 전도사와 생태환경위원회의 대답은 뜻밖에 소박했다. “아직은 ‘만남 그 자체’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교회에서 창조세계돌봄을 고민해 온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경험과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 무엇인가를 함께하기 전에 서로를 알고 신뢰하는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성과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세 교회는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발견했다. 경동교회는 어떤 교회는 교육에서, 어떤 교회는 지역과의 관계에서, 또 어떤 교회는 생활 속 실천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특별한 환경행사 하나를 크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창조세계돌봄이 교회의 여러 영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도 배웠다. 김요한 목사와 서울제일교회 선교위원회는 이렇게 정리했다. 한 교회가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다. 서로 잘하는 것을 나누고 연결하면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장한 목사와 약수교회 환경선교부 역시 교회의 규모와 조건은 달라도 창조세계 회복을 향한 열정은 같았으며, 서로의 사례와 노하우를 접목하니 혼자 할 때보다 훨씬 풍성한 사역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살림이 세 교회를 만나게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같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 교회’를 넘어 ‘우리 동네’로

세 교회가 함께하면서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우리 교회가 무엇을 할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구에서 교회들이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묻기 시작했다.
정원진 목사와 서울제일교회는 중구가 상업시설과 노후건물이 많고 녹지와 주거환경의 격차도 큰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폭염과 한파 같은 기후재난은 취약한 이웃에게 더욱 가혹하다. 지역에 오랫동안 자리해 온 교회라면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이웃의 안부를 묻고 교회 공간을 쉼과 돌봄의 장소로 내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영섭 목사는 중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본다. 남산과 청계천이라는 자연환경이 있고, 오랜 역사와 사회적 책임의 전통을 지닌 교회들이 있으며, 기후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지역사회도 있다. 동시에 서울역과 광희동 일대처럼 주거환경이 취약해 기후위기의 피해를 더 크게 받을 수 있는 이웃들도 함께 살아간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구는 창조세계돌봄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실천하는 교회 연대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빈 목사는 보다 생활 가까운 교회의 역할을 제안한다. 교회가 직접 거리를 걷고 환경을 정화하며 이웃과 물품을 나누고, 교회 카페와 시설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주민과 만나는 것이다. 세 교회의 공간과 자원을 연결한다면 기후재난 때 주민들을 위한 쉼터나 물품 공유망도 만들어볼 수 있다.


교회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기후돌봄’을 이야기하면서 세 교회의 답변 가운데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 하나 있다. 교회가 지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이다. 
경동교회는 먼저 지역에서 이미 하고 있는 활동과 필요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고, 활동 중인 시민단체와 기관이 있다면 배우고 협력하면서 교회가 가진 공간과 사람, 관계망을 필요한 곳에 연결하면 된다.
서울제일교회도 지역선교를 교회가 무엇인가를 일방적으로 ‘주는 일’로 정의하지 않는다. 지역이 겪고 있는 아픔을 함께 발견하고 해결해 가는 것. 기후위기는 에너지뿐 아니라 주거와 건강, 먹거리와 돌봄 같은 주민들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창조세계돌봄은 교회가 지역의 실제 삶 속으로 들어가는 매우 구체적인 선교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은 살림이 세 교회를 연결하면서 중요하게 붙들고 싶은 방향이기도 하다.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한 ‘해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 함께 배우고, 듣고, 연결하며 돌봄의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창조세계돌봄 선교공동체’라는 이름에 담긴 선교의 모습이다.

 

세 교회가 다음으로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앞으로 무엇을 함께 해보고 싶은지를 묻자 제안도 다양하게 나왔다. 
경동교회에서는 세 교회가 중구의 재생가능에너지와 생태·기후정책을 함께 공부하고 필요한 정책을 중구청에 제안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교회 안에서는 에너지와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역에서는 정책과 구조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서울제일교회는 기후취약계층을 돌보는 활동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창조세계돌봄 교육, 그리고 세 교회의 에너지 사용을 함께 돌아보고 실제 탄소배출을 줄이는 공동실천을 제안했다. 약수교회는 세 교회가 함께 중구 거리를 걸으며 환경을 정화하는 ‘중구 기후돌봄 운동’이 지속되고, 여기에 다른 교회들도 부담 없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언젠가 세 교회가 꼭 함께하고 싶은 한 가지를 묻는 질문에는 “연합예배”라고 답했다.
기도와 예배, 교육과 실천, 기후약자 돌봄, 에너지 전환과 정책제안. 서로 다른 제안들이지만 결국 방향은 하나다. 교회의 생활을 바꾸고, 지역의 관계를 바꾸고, 마침내 지역의 구조까지 조금씩 바꾸어 가는 것.

 

지역의 작은 실천이 더 넓은 교회로

임영섭 목사는 경동교회의 오랜 에큐메니칼 경험과 연결해 한 가지 흥미로운 개념을 꺼냈다. ‘트랜스로컬리티(Translocality)’다. 지역에서 시작된 실천이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동교회는 그동안 정의와 평화를 위한 지역의 경험을 세계교회와 나누고, 세계교회의 경험을 다시 한국사회에 연결해왔다.
이제 기후위기와 창조세계돌봄에서도 중구의 작은 교회 연대가 세계교회와 나눌 만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지역의 작은 변화가 세계와 연결되고, 그 연결이 다시 새로운 지역의 변화를 만드는 것. 그 출발점에 지금 세 교회가 있고, 그 교회들 사이에 살림이 있다.



“우리 교회에게 창조세계돌봄은 살림입니다”

경동교회는 인터뷰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채웠다. “우리 교회에게 창조세계돌봄은 ‘살림’이다.” 살림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했다. 하나님의 집안일을 돌보는 살림, 그리고 생명을 살리는 살림. 살림이라는 기관의 이름과 세 교회가 함께하려는 일이 묘하게 겹쳐진다.
정원진 목사는 “내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한 사람의 이웃과 하나의 생명을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고 한다. 교회들이 각자의 담장을 넘어 연결될 때 우리 동네를 조금 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박원빈 목사와 약수교회는 “지구를 살리는 위대한 변화는 우리 부서와 교회의 작은 한 걸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초대한다. 
아직 ‘중구 창조세계돌봄 선교공동체’는 출발선에 가깝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완성된 사업을 가진 교회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교회가 자신의 경험을 내어놓고 서로 배우며 함께할 일을 찾아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그 사이에서 교회를 잇고, 질문을 잇고, 사람을 잇고, 교회의 실천을 지역과 이어가려 한다.
 
한 교회가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 한 교회는 햇빛을 모으고, 한 교회는 제로웨이스트 공간을 열고, 한 교회는 온 세대와 거리를 걸을 수 있다. 그리고 함께라면 폭염의 날 이웃의 안부를 물을 수 있고, 교회 문을 쉼터로 열 수 있으며, 지역의 생태와 정책을 함께 살피고, 같은 마음으로 예배할 수도 있다.
 
경동교회 임영섭 목사와 이정규 전도사,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목사와 김요한 목사,
약수교회 박원빈 목사와 장한 목사,
그리고 각 교회의 선교위원회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이들이 지금 중구에서 시작하고 있는 일은 어쩌면 거창하거나 특별한 ‘사업’이 아닐지 모른다. 
교회가 서로를 발견하는 일, 동네를 다시 바라보는 일, 그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함께 시작하는 것. 
그것이 지금 중구에서 시작된 ‘함께하는 살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