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 순례 후기 추가기록]
우리는 매일 도시를 걷지만, 이 도시를 제대로 본 적이 얼마나 될까요?
이번 4월 기후정의 도심 속 순례, 기후중보기도회로 함께 걷습니다.
개미마을에서 시작해 홍제천을 따라 내려오고,
인왕시장을 지나 둥지공방에 이르는 이 길은
도시의 구조를 다시 읽는 여정입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는 삶의 조건과 불균형을 마주하고,
물길을 따라 걸으며 보이지 않는 흐름을 깨닫고,
시장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와 관계를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삶의 방식을 다시 선택하는 자리까지 나아갑니다.
기후위기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의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보고, 느끼고, 질문하고, 기도하며
다르게 살기 위해 걷습니다.
이 길 위에서, 당신의 삶도 다시 시작되길 소망합니다.
함께 걸을 사람을 초대합니다
👉 일시: 2026년 4월 16일 (목) 오후 2시
👉 집결 장소: 홍제역 1번 출구로 나와 바로 뒤쪽에 있는 7번 마을버스 타고 ‘개미마을’ 종점 하차
* 홍제역 1번 출구에서 1시 45분에 만나 개미마을로 이동합니다
👉 순례 코스 : 홍제역 → 개미마을 → 홍제천 → 인왕시장 → 둥지공방
* 개미마을: 전쟁 이후 형성된 삶의 자리, 도시의 시작을 묻는 곳
* 홍제천: 보이지 않는 흐름과 생태를 다시 만나는 길
* 인왕시장: 사람의 얼굴이 있는 경제를 경험하는 자리
* 둥지공방: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결단하는 공간
👉 소요 시간 : 약 3시간
이런 분들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기후위기를 삶으로 고민하는 분
신앙과 실천을 연결하고 싶은 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걷고 싶은 분
미리 연락 주시고 오시면 반가이 함께 걷겠습니다.

4월 기후중보기도회, 그리고 도심 속 기후정의 순례를 마쳤다.
무엇보다 이 길의 시작점이었던 개미마을은 봄 한복판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 가파른 계단과 오래된 집들 틈틈이 연둣빛이 번지고, 담장 위 화분마다 작은 꽃들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벽화 위로 내려앉은 햇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빨랫줄, 어디선가 새어 나오는 생활의 소리들이 겹쳐지며 이곳이 단지 ‘고단한 마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삶의 자리임을 또렷하게 보여 주었다. 고단한 역사 위에 피어난 봄빛은 그래서인지 더 선명하게 마음에 박혔다.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난 이들의 삶은 여전히 불편하고 고단해 보이긴 했지만, 그 안에는 따스한 온기가 있었다. 그곳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도시가 어떤 구조로 사람들의 몸과 시간을 배치하는지 어렴풋이 ‘발바닥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어 홍제천을 걸으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흐름이 눈에 들어왔고, 인왕시장에 들어서는 순간에는 우리의 소비가 결국 누구의 삶과 맞닿아 있는지 다시 묻게 되었다.
마지막 도착지는 둥지공방. 길 위에서 마음속에 떠오른 질문들을, 조용히 받아 안아주는 듯한 환대가 그 공간에 가득했다.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하늘아래살구나무 목공방’도 잠시 둘러보았다. 나무 향이 은은히 밴 작업실은 다양한 나무들이 다듬어지고, 또 버려질 뻔한 것들조차 새로운 쓸모있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시간을 들여 깎고, 이어 붙이고, 다시 살려 내는 그 과정은 하나의 고백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아직 다르게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고백은, 결국 내 안의 질문 하나로 모였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는 도시를 걷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리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조금 더 보게 되었고, 그만큼 책임도 함께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걸음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지는 작은 변화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계속되기를 바란다.
다음 달에는 우이령 길을 걷고 또 그 곁에 같이 설 예정이다.🌿
4월 기후중보기도회, 도심속 기후정의 순례, 코스별 기도문
1. 시작 지점 - 홍제역 (부름과 겸손의 기도)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는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라" (출애굽기 3:5)
창조주 하나님, 오늘 우리는 안락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도시의 숨겨진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가 딛는 이 아스팔트와 시멘트 너머에 주님의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 우리의 발걸음이 단순한 구경이 되지 않게 하시고, 신을 벗는 심정으로 이 땅의 아픔을 경청하게 하소서. 보려는 자에게 보이시고, 들으려는 자에게 들리시는 주님의 은총이 순례의 첫발에 함께하시길 간구합니다. 아멘.
2. 개미마을 - 가장 높은 곳의 상처 (연대와 긍휼의 기도)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40)
가난한 이들의 피난처 되시는 주님, 가파른 비탈길 끝에서 삶을 일궈온 개미마을의 숨결을 마주합니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 뒤편에 누군가의 고단한 노동과 연탄재의 온기가 있음을 봅니다. 우리가 그동안 누려온 편리함이 혹여 이웃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봅니다. 이 마을의 벽화처럼 우리의 부서진 마음에도 주님의 위로가 깃들게 하시고, 소외된 자리에 가장 먼저 찾아오시는 주님의 사랑을 본받는 지구 정원사가 되게 하소서. 아멘.
3. 홍제천 - 덮인 물길 (회복과 흐름의 기도)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 5:24)
생명의 근원 되시는 하나님, 효율과 속도를 위해 우리가 덮어버린 물길 앞에 섰습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생태계의 숨통을 막고 흐름을 끊어놓은 우리의 무지를 회개합니다. 아스팔트 아래에서도 묵묵히 흐르던 물줄기가 다시 빛을 보듯,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신앙도 가려진 생명의 가치를 다시 드러내는 통로가 되게 하소서. 막힌 곳은 뚫리고 끊어진 곳은 이어지는 회복의 역사가 이 물길로부터 시작되게 하소서. 아멘.
4. 인왕시장 - 얼굴 있는 경제 (정의와 나눔의 기도)
"도둑질하는 자는 다시 도둑질하지 말고 돌이켜 가난한 자에게 구제할 수 있도록 자기 손으로 수고하여 선한 일을 하라" (에베소서 4:28)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주님, 수많은 손길과 땀방울이 모이는 시장의 활기 속에서 주님의 섭리를 봅니다. 바코드와 숫자로 치환되지 않는 상인들의 주름진 손길과 수고를 기억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물건들이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눈물이나 피조물의 고통이 되지 않기를 원합니다. '얼굴 없는 소비'에서 '얼굴 있는 관계'로 전환하게 하시고, 우리의 지갑이 생명을 살리고 정의를 세우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 아멘.
5. 둥지공방 - 전환의 결단 (파송과 실천의 기도)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요한계시록 21:5)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 이제 순례를 마치며 우리 삶의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일회성 감동으로 끝나지 않게 하소서. 쉽게 버리고 새로 사는 삶에서, 고쳐 쓰고 돌보며 함께 사는 삶으로 우리의 발걸음을 옮깁니다. 둥지공방의 따뜻한 손길처럼, 우리 각자가 삶의 자리에서 작은 정원을 일구는 정원사가 되어 주님의 창조세계를 돌보게 하소서. 우리가 걷는 모든 길이 기후정의를 향한 거룩한 행진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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